버시바우 회고록 출간 앞두고 `작심발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최근 워싱턴의 한 강연회에서 현직 외교관 신분이었을 때는 하기어려운 발언들을 작심한 듯 거침없이 쏟아내 워싱턴 외교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지난 9월 퇴임 후 처음으로 지난 5일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공개 강연을 한 자리에서 “2005년 11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은 아마 최악이었을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방코델타아시아 대북 금융제재를 놓고 1시간 이상 논쟁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호주와 경주에서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놓고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국내 언론은 물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통해서도 그동안 소개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직 주한 미 대사가 퇴임하자마자 당시 상황을 ‘최악’이었다고 묘사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상당히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비화들을 소개한 것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부시 정부 측의 시각을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특히 국방분야와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대부분 잘못된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 됐다”는 발언까지 했다.

예컨대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대북정책 유연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고,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는 주권회복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이어서 미국 측의 생각과는 동떨어졌으나 그 결과 만을 볼 때는 미국 측의 이해 관계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최대 현안의 하나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 처리하기 위해 한국이 신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양 측이 재협상이라는 용어사용을 피하려고 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추가 협의나 보완 조치를 하는게 한.미FTA를 통과시킬 유일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쇠고기 촛불시위와 관련해 “30년이 넘는 외교관 생활에서 가장 당황스럽고 좌절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당시 아내와 나는 집 밖을 나가기 어려운 가택연금 상태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여름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한국인들이 더 배워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한국 내의 들끓는 비난 여론 때문에 한때 곤혹스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젠가는 사망한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을 둘러싼 모든 급변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건강이 나빠진 김정일 위원장을 승계하는 북한 정권은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를 버리고 정치 경제적 내부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유고는 외부세계에 위험한 사태보다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만 상대하고 남한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소위 `통미봉남’ 정책을 펴려고 하는 것과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에 통미봉남 정책은 손해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 대북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차기 행정부 사이에 차이가 없을 것이며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아래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공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 관계는 앞으로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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