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발언 수위는 낮추고 함의는 유지

최근 잇따른 대북 강경 발언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범죄정권’ 발언의 진원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 수위가 낮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포럼에 연사로 초청된 그는 발언의 톤은 가급적 낮추되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한.미 관계는 안보를 넘어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버시바우 대사는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1월 중 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특히 자신의 잇따른 강경 발언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미국이 남북교류 및 화해를 지지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북한의 정치적 개혁을 가져오고 인권상황 개선도 가져오기를 희망한다”며 꼬리표를 달았다.

또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북한이 기회를 놓치는 기술을 얼마나 잘 연마했는지 볼 수 있었다”며 북한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북한의 위폐제조 관여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이는 미국 국내법에 의거한 조치로 6자회담과는 별개이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변했다.

이날 발언은 미국 강경파의 메시지를 일부 반영한 것이기는 했지만 북한을 ‘범죄정권’으로 지칭하거나 북한의 인권 상황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행보에 비춰 주목할 만한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질의 시간에 그는 몇몇 참석자들이 던진 질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대기업 연구소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참석자는 그의 범죄정권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냐, 개인적 견해 혹은 말실수였나”고 캐묻자 “몇 주 전 발언에 대해서는 충분한 얘기가 있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또 “발언을 철회할 의사는 있느냐, 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초점을 맞출 얘기는 불법행위와 북한을 설득해서 국제 규범을 준수하도록 설득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유통이 아닌 제조에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의에 “미국 정부는 지난 10년 간 북한의 위폐 제조활동을 조사해왔다. 올해 초 한국에서도 북한산 위폐가 대량 적발됐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위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게 오히려 ‘화근’이 되고 말았다.

다른 기자가 “올해 초 ‘슈퍼노트(위조달러)’가 한국에서 발견됐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디서 제조됐는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고 상기시키고 “아까 한국에서 대량 발견된 위폐가 북한산이라고 말한 것이 팩트를 말한 것인지 아니면 정황을 봐서 팩트라는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주문한 것.

버시바우 대사는 다소 곤혹스런 표정으로 “원산지를 밝히는 것은 장기간 조사가 필요하다. (위폐에) 100% 북한산이라고 쓰여있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그런데도 그는 “미국 정부에서 북한산이라고 믿게끔 하는 감정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정보에 대해서 한국 정부와도 공유하고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할 것”이라며 굽히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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