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남북관계-비핵화 프로세스 함께 가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23일 미국은 남북간 교류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관계를 통한 대북 개입과 비핵화 프로세스는 손을 맞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한 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단결해야 하고 현명해져야 한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15일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같이 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처럼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2.13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합의 이행 의지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는데 주목한다”며 “2.13 합의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나긴 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2일 태국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BDA의 북한자금 송금 논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매우 열심히'(very hard)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신뢰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 “이제는 정말 북한이 영변 원자로 폐쇄를 포함한 비핵화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선(先) BDA 문제 해결’을 고집하고 있어 2.13 합의 진전이 결코 쉽지 않은 형국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이 핵개발을 추진중인 이란에 나쁜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받기로 돼 있는 에너지 지원을 못 받고 있다”며 “우리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유지하는 한 이란에 잘못된 희망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다자 틀을 고수하려는 이유에 대해선 ‘1994년 제네바 합의’ 사례를 예로 든 뒤 “우리는 북핵에 대한 양자 차원의 접근을 시도했다가 쓴 실패를 경험했다”며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깨졌다”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미일동맹 강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에 언급,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미국은 두 동맹에 모두 헌신하고 있다”고 말한 뒤 “세계 평화유지를 위해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에 최신 F-22기를 팔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며 “앞으로 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F-22를 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