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어긴 가운데,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도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지금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활동에 대해 완벽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하루 전날 미 국무부의 대(對)테러 담당 델 데일리 조정관이 밝힌 내용을 뒤집은 것이어서, 북핵국면이 장기화에 들어섬에 따라 부시 행정부 내에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데일리 조정관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한 법률적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한편, 미국은 북핵 6자회담 ’10. 3합의’에서 북한이 지난 12월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모든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삭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곤잘로 가예고스 공보국장은 22일 “미 정부는 지난해 2월13일 합의 내용을 지켜왔고,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북한의 합의 내용을 완전히 이행할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와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제재 해제를 약속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북한이 북핵신고 시한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신고가 이뤄질 경우 기존합의에 따라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즉, 선(先) 북핵신고-후(後)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