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북미 직접 대화 진지하게 검토해야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북한과 미국 간 대결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북미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이런 주장이 미국 정치권의 여야에서 고루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와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점차 세를 넓히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인 리처드 루거 의원은 최근 TV 좌담회에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 대화가 불가피하며, 곧 직접 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인 루거 위원장의 발언은 북미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같은 당의 앨런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도 “직접 양자 협상을 포함한 모든 대체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야당인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선 핵포기, 후 보상’ 전략을 비판했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와 일반인들도 당면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워싱턴과 평양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대북 특사 파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매리언 크리크모어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상기시키고 과거 경험을 살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정책결정자와의 대화를 꺼리는 것은 어리석고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북핵 실험을 전후한 지난 6~15일 사이에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55%가 북한 및 이란과의 “전제조건 없는 직접 대화”를 지지했고 “선 핵활동 중단 요구”를 찬성한 사람은 39%에 그쳤다.

미국의 여야 정치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국민 과반수가 지지하고 있다면 부시 행정부도 한 번쯤 생각을 달리 해 볼만도 하다고 본다. 워싱턴은 1994년의 제네바협정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을 속였다는 이유로 평양과의 직접 대좌를 거부하고 있지만 초강대국의 변명 치고는 군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이 위조 달러화를 대량으로 유통시키고 있다며 금융 제재를 취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6자회담에서 뛰쳐나갔다. 달러화 위조가 사실이라면 주권 국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으므로 미국을 탓할 수만도 없다. 그리고 북한의 주장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는데 금융 제재를 받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당사자들끼리 만나 위폐 여부를 가리고 응징의 타당성을 따지는 게 최선책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측이 북한과 양자 접촉에 가급적 전향적으로 임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고 했지만 문제를 풀려면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는 게 순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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