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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은 물론 미군에게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백선엽 장군의 6.25전쟁 회고록 ‘군과 나(도서출판 시대정신)’가 재출간 됐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4성 장군인 저자가 6.25 남침부터 종전까지 당시 1사단장으로 전쟁 일선에서 하루도 빠짐 없이 조국을 지키며 싸웠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특히 우리군에 비해 병력이 3배나 많고 화력도 월등히 앞선 북한군을 맞아 결사항전을 벌여 승리한 ‘다부동 전투’의 기억과, 평양 공격작전에 성공하여 평양에 입성했을 당시의 일화, 휴전회담 한국대표로 참여했던 경험 등이 생생히 실려 있다.
6.25 전쟁 개전 사흘만에 서울이 점령당했다. 그만큼 우리는 북한군에 비해 전력이 절대적 열세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열세 속에서도 서울 점령 속도를 하루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폭탄을 짊어지고 전차에 뛰어든 병사들의 희생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음은 백 장군이 개전 이틀째 임진강 방어전투를 치를 때 일화이다.
“6.25전쟁 첫날 휴전선을 지키던 13연대 병사들은 용감했다. 자발적으로 육탄공격조를 짜서 폭약과 수류탄을 지니고 적 전차에 뛰어올라 자폭하는 눈물겨운 투혼을 보여줬다.
이들의 목숨을 건 희생으로 적 전차부대는 첫날 파평산을 통과할 수 없었고 문산의 우리 예비대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날이 저물어 나는 파주 초등학교 지휘소로 돌아왔다. 전선부대가 다소 전열을 정비한 듯 전방 상황도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통신장교가 한통의 문건을 내게 전했다. 옹진반도에 육본 직할연대로 배치된17연대의 연대장인 동생 백인엽 대령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전문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제 1사단장께 전달해 주십시오 장병 선전 건투하지만 상황은 불리함 이것이 최후가 될지모름’
순간 애틋한 감정이 솟았으나 사사로운 감상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나이는 젊고 경험은 부족한데 이 전쟁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무거운 책임감이 마음이 마을을 짓눌렀다. 1만여 장병의 운명이 나에게 쥐어져있었다.”
이런 저자의 사선(死線)을 넘나든 경험은 국가에 대한 투철한 애국심과 전장에서의 형제애 등이 한데 어우러져 사료적 가치 이상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책에는 6·25전쟁의 발발부터 개전 상황, 주요 전투와 의미 등이 도표와 함께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130여점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남 강서 출신으로 만주군관학교에서 교육받고 장교가 되었으며 6·25전쟁에서 1사단장, 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을 지내고 한국군 최초의 대장이 된 전쟁영웅이다.
백 장군은 자신의 저서가 재출간 됨에 부쳐 “비록 현재의 남북관계가 암담하고 국내외적 정세와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결코 의기소침하지 말고, 지난날의 기적을 다시 일구어 내겠다는 창조적인 용기와 희망을 품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위대한 우리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바이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백 장군의 ‘군과 나’는 6.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세대들에게 6·25 전쟁을 바로 알게 되고, 동시에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