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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이 분단된 지 70년이 된 만큼 ‘다른 점’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소통’하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남북이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일리NK가 지난달 1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했던 통일순례단 동행취재에서 김유나 학생(한영외고 2학년)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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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통일순례단에 참석한 유나 학생은 탈북자 인권 실현을 위해 설립된 청소년 신문사 ‘wave’의 취재기자로서 그리고, ‘세빛또래’라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북한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
유나 학생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자 친구를 통해서 북한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순례단에도 많은 탈북 학생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남북의)간극을 줄이는 ‘작은 통일’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나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통일순례단은 행정자치부가 후원하고 4개 단체(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엔케이워치, 위메이크코리아, 하이드림)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남북 청소년들에게 광복의 의미와 통일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정립, 통일 한반도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기획됐다.
통일순례단에 참여한 남북 청소년들은 70년 전 광복의 그날과 지금의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헌신하신 수많은 독립군들의 기백을 확인하는 한편,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과 두만강변(邊)을 직접 목도(目睹)하고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을 바로 보면서 통일의 의지도 되새길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 남북 청년들 가슴 속에 계승되다
▲ 조린공원에 세워져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 봄에 풀이 푸르게 돋아나듯 대한제국의 자유 독립을 염원했던 안 의사의 고귀한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청초당(靑草塘)’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사진=김성환 데일리NK 기자 |
첫째 날, 순례단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비(遺墨碑)가 세워져있는 조린공원(兆麟公园)을 방문했다. 중국의 항일투쟁 영웅이었던 이조린(李兆麟) 장군을 기리는 이 공원에 안 의사의 유묵비가 세워져 있는 것. 안 의사는 뤼순감옥에서 ‘청초당(靑草塘)’이라는 글자를 유묵으로 새겼다.
또한 안 의사는 대한제국의 국권이 회복되기 전에 이 조린공원에 자신의 뼈를 묻어달라는 최후의 유언을 남겼다. 이처럼 조린공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안 의사의 비장한 결의가 담겨 있는 곳이다.
때문에 통일순례단에 참여한 한국 청소년들은 이국땅에서 만난 선조의 기개에 숙연한 분위기였다. 이 중에서도 이주영 학생(한영고 1학년)은 양 주먹을 꼭 쥐고 유목비를 한참 응시했다.
주영 학생은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면서 “교과서에만 보던 안 의사의 흔적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주하성 학생(한영고 1학년) 역시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으면 반드시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라며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루를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통일순례단에 참여했던 탈북 청소년들은 일제 강점기 시대 독립운동가에 대해 배운적이 없다. 우상화에 주력하는 북한에서 김씨 일가 이외의 인물에 대한 교육이 전혀 실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 김은일(가명) 학생은 “안중근 의사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시간이 없었다”면서 “먹고살기 위해 늘 일을 해야 했고 선생님들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은일 학생은 “선조들이 힘겹게 지켜내신 이 한반도를 잘 지키고 이번에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탈북 청년으로서 통일 한국에 기여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영화나 노래를 제작해 반일 감정과 애국심을 고조시키는 데 이용할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