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3대장군’ 몸값이 겨우 2달러 50센트라?

▲ ‘3대 장군상’ (선전화)

최근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숙(김정일 생모)의 군복 입은 사진인 이른바 ‘3대 장군상’ 사진이 노골적으로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북지원단체 ‘좋은 벗들’은 최근 북한소식지에서 요즘의 장마당 물가를 소개하면서 ‘3대 장군상’ 사진이 북한돈 7천 5백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마당 환율로 북한돈 7천5백원은 2달러 50센트 정도이다.

‘3대 장군상’은 북한에서 물론 거래금지 품목이다. 그런데 왜 ‘3대 장군상’이 장마당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을까.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천만의 말씀.

‘백두산 3대 위인상’ ‘3대 장군상’으로 불리는 이 사진은 그동안 북한에서 핵심 권력층들에게만 공급되었다. 그러나 요즘 돈이 중요해지면서 이 ‘3대 장군상’도 시장에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을 사가는 사람들은 그동안 핵심계층이 아니었던 사람이다. 즉 이들이 돈으로 이 사진을 사서 집에 걸어놓으면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 이 집안은 권력층과 선이 닿는가 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말하자면 ‘뭔가 있어 보이는 집안’이라는 분위기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3대 장군상’이 시장에서 팔린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초상화 매매는 정치적 사건이다. 된통 걸리면 정치범 수용소로 가야 한다. 90년대까지는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장사가 번성하면서 돈 사상도 퍼지고, 그 결과 요즘은 걸리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간다. 이 사진이 장마당에 ‘물품’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번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초상화의 출처가 대부분 권력기관 사람이기 때문에 원소유자가 누구인지 캐면 캘수록 핵심 권력층의 비리와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보위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소문만 나지 않으면 눈감아주고 있다.

3대 장군상은 대원수복을 입은 김일성을 좌(左)측에, 원수복을 입은 김정일을 가운데(中)에, 항일빨치산 복장을 한 김정숙을 맨 오른쪽(右)에 앉힌 가정용 초상화이다. 이 3인이 한 액자 안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

‘3대 장군상’이 등장한 시기는 김정일의 생일 55돌이었던 1997년부터다. 이 초상화는 처음에 당간부, 군관(장교), 인민보안성(경찰), 국가안전보위부, 재판소, 검찰소 등 권력기관에 공급됐다. 일반 행정일꾼의 가정에는 공급되지 않아 3대 장군상은 신분을 가르는 척도로 여겨졌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는 “우리 집에 백두산 3대장군상 모셨다”는 것이 자랑이었다.

그런데 이 초상화가 몰래 매매되기 시작한 것도 대략 97년부터다. 97년이면 사람들은 굶어죽어 가고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부르짖던 시기이다. 3대 장군상 배급도 김정일의 ‘선군정치’ 선전용이다.

처음에는 행정일꾼들이 당 일꾼에게 뒤질세라 3대장군상을 술, 담배 또는 자신이 지배인으로 있는 공장의 물품과 바꾸는 식으로 집에 걸었다. 3대장군상을 직접 취급하는 당 선전기관, 군·권력기관의 정치부 사람들과 연계하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돈 있는 일부 주민들도 초상화를 집에 거는 바람이 불었다. 97년에는 3천원 가량 하던 초상화의 가격이 2002년 7.1조치 이후 물가상승에 따라 뛰어올랐고 지금은 7,500원까지 하는 모양이다.

초상화 매매는 이를 직접 제작하는 만수대창작사에서 시작되었다. 식량배급이 끊기자 만수대창작단 제작자들은 초상화와 김일성 휘장을 당초 생산계획 외에 더 많이 제작해 식량과 바꾸어 먹고 살았다. 그들은 지방의 친척들과 연계하여 3대 장군상을 뒷문으로 빼내 매매했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휘장 ‘쌍상’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가슴에 다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 휘장도 매매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고급 초상휘장 종류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얼굴이 같이 나오는 ‘쌍상’과 인공기 안에 김일성을 형상한 국기상(해외교포용), 당 깃발 안에 형상된 당상(당 간부용), 김일성 사망 후 나온 태양상(김일성 장레식 때 걸린 초상화) 등이 있다.

초상휘장은 1 개당 1천원

이 휘장들은 한때 당 간부 및 고위층들에게 공급되면서 이를 구하려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실례로 ‘쌍상’의 경우, 90년대 중반 웬만한 지방에 몇 개 안될 정도로 희소해 1개당 1000원, 1,500원씩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값도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몇 배나 올랐다.

초상휘장을 매매하는 상인들은 검은 양복 안쪽에 초상화를 달고 암시장에 나간다. 그리고 살 의향이 있는 구매자들에게 양복을 헤쳐 안에 있는 휘장 몇 개를 보여주고 값을 흥정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3대 장군상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입국한 한 탈북자는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3대 장군상을 사들일까, 일반 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만약 김정일이 ‘3대 장군상’이 암시장에 몰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달러로 계산해서 2달러 50센트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도 당장 장마당 폐쇄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장사 해서 먹고 살아가는 일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좋다. 또 김정일로서도 너무 ‘쪽팔리는 사건’이라 모르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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