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대화 파행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간부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조직해온 백두산 답사를 지방과 청년들로 확대하며 체제 결속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9일 알려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전국 당 선전일꾼들과 청년동맹 간부들을 조직해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을 진행했다. 노동신문은 답사대 일정을 현장 중계하며 삼지연 혁명전적지, 소연지봉밀영과 무두봉밀영 답사 일정을 상세히 전했다.
1월 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을 앞두고 함경북도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행군대를 조직해 혹한의 추위 속에서 칼바람을 이겨내는 소위 ‘빨치산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원수님(김정은 위원장) 생신을 앞두고 1월 1일에 출발해 8일에 돌아오는 청년 답사 행군, 또 지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정면돌파’ 정신을 결의하기 위한 답사 행군이 1월 10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백두산 답사는 대학과 직장의 청년들을 선발해 진행했고, 답사 행군은 김일성-김정일 청년동맹 함북도 위원회가 주관했다. 답사 행군은 주민 대상 동기훈련 과정에서 이미 포치돼 12월부터 대상자 선별을 시작했다.
백두산 혁명지구는 북한이 ‘김일성이 항일무장 투쟁을 벌이고 김정일이 태어나(실제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출생 유력) 혁명의 대를 이었다’고 선전하는 곳이다. 일종의 민족 신화 의식을 김씨 일가의 혁명 신화로 대체해 충성심 고취에 활용해왔다.
지난해 북미대화가 중단되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자력갱생 의지를 고취하고 체제 불만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백두산 답사 행군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도 특정 시기마다 백두산을 찾거나 말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이며 체제 결속에 활용하고 있다.
백두산 답사 행군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혈압과 건강을 심사하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행군 과정에서 낙오자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청년들도 내심 백두산 답사를 ‘고생길’로 생각해 참가를 원치 않지만, 일부러 회피할 경우 정치적 시비가 걸릴 수 있어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소식통은 “답사 비용은 인민폐 100원이다. 절반 가량은 100원 내기도 쉽지 않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돈을 꿔서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폐 100원으로 열흘 가까운 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단위 농장, 공장 기업소에서 돈과 쌀을 대주는 경우가 많다.
개인 비용 외에도 동맹 위원회에서는 백두산전적지 관리소에 충성의 지원물자를 제공해야 하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해설강사나 안내원들에게 줄 선물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노동신문은 17일 백두의 행군길은 조선혁명을 철저히 우리 식, 우리 힘으로 수행해나가는 주체의 길, 자주의 길이자 ‘정면돌파전’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