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활주로 부실시공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거액을 들인 백두산지구 포장사업에서 일부 부실이 드러나 보수공사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대북 지원사업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번 케이스는 합의와 집행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낸 만큼 대북 지원사업의 투명성과 명확성, 효율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해 북측은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49억여원 어치의 도로포장용 피치를 받아 백두산지구 도로와 삼지연공항 활주로의 포장작업을 했으나 활주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원은 작년 7월14일 현대와 관광공사가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백두산 시범관광에 합의할 때 북측이 포장용 피치 8천t을 요구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정부는 보름 만인 작년 7월29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백두산 관광도로 포장 및 보수 자재를 지원하는 데 49억8천만원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결정했다.

이 중에 실제 집행된 것은 49억1천300만원이다.

이런 신속한 결정의 배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이에 ‘6.17 면담’이 성사된 이후 남북관계가 진일보하는 흐름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강산관광에 이어 교류협력의 상징이 될 백두산 관광의 문을 하루빨리 열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점은 합의는 물론 집행과정에서 나타났다.

‘7.14 합의’의 골자는 남측이 도로 포장.보수용 피치 8천t과 부자재를 제공하고 공사가 끝나면 2005년 내에 2차례 이상의 백두산관광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서에는 어느 장소에 얼마나 사용하기 위해 8천t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는 포괄적 합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요구한 총량을 우리가 제공하면 북측이 알아서 공사를 하는 식인 셈이다.

당시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을 결정하면서 우리 관광객의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당시 합의에는 안전에 필수적인 활주로 문제가 빠져 있었던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물론 북측은 협의과정에서 활주로에도 쓰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북측은 합의서에 활주로 포장이 빠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8천t 가운데 3천t을 삼지연공항 활주로 보수에, 나머지 5천t을 베개봉∼공항 구간의 비포장 구간의 포장에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측이 공사가 끝난 작년 12월초 현지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도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활주로 일부에 패인 곳을 발견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껴 쓰느라 피치 양이 적게 들어간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짐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있고 활주로 포장에 부적합한 골재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7.14 합의’ 이후 추가 협의를 통해 우리측의 기술지원에 합의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활주로 보수에 들어간 3천t을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합의와 집행이 다소 엉성하게 이뤄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북측이 피치 중 일부를 전용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도로포장에 사용된 양을 계산해보면 국내에서는 같은 길이와 폭이라면 더 많은 양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한 뒤 “그리고 활주로도 그 위에 덧씌우는 공법을 사용한 것인 만큼 종전 3천t도 버린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결국 관광공사가 지난 9∼11일 북측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 19일 활주로 보수용 3천500t과 백두산삼거리∼못가에 걸친 구간의 포장용으로 4천500t 등 모두 8천t의 피치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작년의 실패를 감안해 우리측이 기술자문과 협력을 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기술진이 현장에서 바로 점검과 자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번 일로 작년에 지원한 8천t 중에 3천t에 해당하는 20억원 안팎을 날린 셈이어서 정부나 관광공사가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작년에 하기로 했던 백두산관광도 해를 넘겨버렸다.

올해도 해빙기 이후에나 가능한 재시공에 2개월 가량이 걸릴 예정인데다 백두산관광에 대해서는 공사가 끝난 뒤 다시 협의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언제 시범관광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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