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 진·보수 진검승부 역사논쟁 좌초 위기

(사)시대정신(대표 이재교)이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에 공동심포지엄을 제안해 진·보수 간 역사논쟁 성사 여부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대정신은 5일 “민족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측이 공동심포지엄에 응하겠다는 답변한 지 이미 한 달이 지났고, 다시 보름이 지난 후 실무협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보면서 민족문제연구소의 공동심포지엄 추진 의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대정신은 지난 3월 28일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사실(史實)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를 제작한 연구소 측에 백년전쟁 내용과 관련한 공동 심포지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지난달 3일 제안에 응해 공동심포지엄이 추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심포지엄의 실무협의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시대정신 측은 연구소 측에 빠른 시일 내 실무협의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연구소는 “4월 16일 예정된 기자회견 후에 실무협의를 하자”고 했고, 4월 16일에 이르러서는 또 다시 “현재의 어수선한 분위기(한반도 위기국면)에선 기자회견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대정신 측의 실무협의 재촉에 연구소는 “이승만기념사업회 측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한겨레신문 게재 광고)는 상황에선 토론할 분위기가 아니며 소송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며 재차 실무협의를 미뤘다.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들은 지난 2일 이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한 ‘백년전쟁’은 허위 사실과 자료 조작으로 이 전 대통령을 인격살인하고 있다며 ‘백년전쟁’ 제작자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시대정신 측은 다시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공동심포지엄에 대한 입장정리 여부를 묻자, 연구소 측은 공동심포지엄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은 유효하다면서도 “먼저 소송에 대한 대책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는 게 시대정신 측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5월 초중순에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하고 있으니 그 후에 보자”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시대정신은 단독으로라도 심포지엄을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구소 측이 시대정신 일정에 맞춰 심포지엄 공동개최를 하겠다면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은 데일리NK에 “심포지엄을 못하겠다고 거절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시간을 끌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 사무처장은 그러면서 “연구소 측에 최종적인 시한을 정해 답변이 없으면 독자적으로 6월 초 가량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심포지엄을 피할 뜻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연구소가 백년전쟁에 대한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토론을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남북관계 상황과 내부적인 일정이 지연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9일 기자회견 이후 언제든지 실무협의를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 독자적으로 하겠다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공동으로 하면 토론 형태에 대해서는 ‘(진·보수 간의 물리적 충돌 등) 사고 발생 이유’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 인식을 논하자고 하는 데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대정신이)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공개하고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한 “시대정신이 역사인식과 관련해 적절하게 심포지엄 파트너인지도 의구심을 가지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백년전쟁’은 친일파 등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 관점에서 해석해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으로 영상이 공개되자 언론과 학계에서 논란을 빚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파’로 규정하고, ‘하와이 갱스터’로 비유하는가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족반역자’,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다루는 이 영상은 대한민국 역사를 ‘친일 수구파’ 대 ‘반일 자주파’의 대결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