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배급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는 북한 말단 간부들이 뇌물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과잉 단속을 실시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은 15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식량 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말단 간부들이 출근도 하지 않고 주민들만 괴롭힌다”며 “툭하면 단속같지도 않은 단속을 벌여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요즘엔 별의 별 검열이 다 있어 웃기는 일도 많다”면서 “조그만 권력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죄다 검열을 나와서 트집을 잡고 담배나 술 한 병이라도 얻어가려고 벌금딱지를 붙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검열은 대체로 겨울철에 많이 하는 편인데 갑자기 전기검열대가 들이닥치질 않나, 며칠 전엔 전쟁준비 검열이라면서 체신관리국에서 유선방송 검열까지 다 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2~3일에 한 번씩 나올까 말까 하던 보안원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시장에 나와 장사꾼들을 들추고 다닌다”면서 “판매가 금지된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핑계거리를 만들어 담배나 술이라도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식량 값이 오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사무원(공무원)들의 배급이 없어지니까 사회적 동원(각종 모임이나 행사)이 줄어들어 편안해졌다”면서 “일부에선 ‘못 먹을 바에야 다 같이 못 먹어야지’라며 그들(단속원)이 배급을 못 받는 것을 속 시원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식량 배급이 거의 중단된 말단 간부들 상당수가 아침 출근시간에 얼굴만 보이고 사라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 행정 시스템에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어제 ‘시(市)청년동맹’에 갔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며 “사무실은 텅텅 비고 서너 명 사람들만 한 방에 모여 일은 안하고 말장난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함경북도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에서 시 인민위원회, 동사무소 등을 비롯한 힘없는 근로단체 조직의 지도원들이 부서 책임자들의 묵인 하에 쌀 구입이나 장사를 목적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직장 이동을 하거나 여행증(증명서)을 발급받자고 해도 인민반장, 동사무소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요새 동사무소들이 텅 비어있어 일을 볼 수 없다”면서 “지금처럼 가다가는 나라의 기능이 마비되지 않겠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에는 선생님이 없고, 병원에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제대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며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과 의사들은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과 걱정이 많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