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끊긴 ‘北군수공장’서 아사자 첫 확인

지난해 8월 북한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수확물 감소와 북한 당국의 장마당 통제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배급에만 의존하는 군수공장에서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군수공장에서 4월부터 한 주에 평균 2~3명꼴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OO아바지, OO오마니가 죽었대’라는 말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아사자가 생겨난 곳은 평양시 강동군에 있는 군수공장”이라며 “최근 1주일에서 열흘씩 굶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이들이 모시고 있는 55세 이상의 부모들이 먼저 죽어 나간다”고 말했다.

군수공장의 경우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일반 공장에 비해 배급상황이 나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상황은 정 반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식통은 “지방의 경우에는 공장에 나가지 않고 능력껏 장사를 해서 먹고 살 수 있지만, 평양시 강동군의 군수공장은 그렇지 않다”며 “군수공장 노동자들은 규율이 세서 공장에 출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배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배급이 끊어지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강동군에 군수공장이 여러 개 있는데 대략 1만 명 정도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가 고파서 공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집에 가보면 하루 종일 멍하니 집에 앉아 있거나 설사 공장에 나온다 해도 일을 못할 정도로 굶주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인민반의 경우도 작년까지는 풀죽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풀죽으로 하루 세끼를 채우는 가정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대략 70% 정도가 풀죽으로 하루 세끼를 다 채우거나 최소 한 끼니 정도는 (풀죽으로) 채우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은 해풀(봄에 나는 나물)이라도 나오면 뜯어서 장마당에 내다 팔아 강냉이 국수 한 덩어리를 살 수 있는데, 이걸 다시 풀과 섞어 죽을 쑤면 4~5식구가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양강도 내부 소식통 역시 11일 전화 통화에서 “여기(국경연선)는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앞지대(내륙지대)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여기도 한 끼씩 굶는 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언제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김윤태 사무총장은 “일단 아사자가 발생한 곳이 ‘군수공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접근도가 높은 주민들은 그래도 다양한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있지만, 군수공장 노동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식량위기에 매우 취약한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의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은 작년 집중호우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말부터 북한 당국이 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만 자유롭게 풀어놓아도 일반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