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는 북한軍…’후방총국’ 부패사슬 大해부

북한 당국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군을 통한 지배체제 안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일선 군인들은 하루 세끼 배급마저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군대에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탈영을 선택하는 병사도 늘고 있다. 


군인들이 시장에 나와 물건을 착복하거나 주민 집에 쳐들어가 식량을 훔치는 일은 이제 일상 생활이 됐다. 군인들의 배급사정이 이처럼 어려워지게 된 배경에는 북한 경제난의 여파도 있지만 군대 내 부패 사슬도 연관돼 있다.  


북한군 식량난은 1990년 후반 최악의 상황을 겪고 이후 2003년부터 좋아지는 기미를 보였다가 2005년부터 다시 어려워졌다. 인민군의 경제난은 군입대 현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과거 식량난 시기에는 입 하나 줄이려고 군대에 보냈지만 지금 부모들은 군대에 보내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고생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자식의 입영을 반기지 않는다.   


입대 1~2개월 내 탈영 빈번…반발 우려해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


평양 군부대에서 10년을 복무했던 탈북자 이진우(가명) 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병사들이 1~2개월 정도 복무하다가 탈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보병사단 120명 정도의 중대에서 보통 10명 정도가 탈영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 5군단 땅크(탱크)부대에서 2000~2002년까지 복무하다 탈북한 박요셉(가명) 씨도 “기계화 부대의 대대병력이 600명 정도인데 중대 규모의 30명 정도가 탈영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식량난 이전에는 탈영병에 대해 ‘인민의 군대를 배반한 배신자’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지금은 탈영을 선택하는 병사들이 많아 1번 탈영한 초범의 경우 ‘호상비판’에 그친다. 처벌 강화가 탈영병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내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감정제대(의가사 제대) 하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일부러 쇠를 먹거나 검지 손가락을 절단해 6개월 정도 병원에 있다가 제대한다는 것이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군 131지도국 47여단(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광석을 비밀리에 캐는 부대)에서 지난달 17일경 굶주린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작업명령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부대는 보급 식량이 다 떨어져 채광현장에서 일하는 군인들에게 이틀간 제대로 식량 배급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부대에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현실이 낳은 결과들이다.


일일 기준량 70%만 공급…이 마저도 ‘쌀’ 아닌 ‘옥수수’


탈북자 이 씨는 “현재 북한 군대의 식량난은 1997년과 비슷하다”며 “병사들에게 제대로 배급을 주지 않으니 힘들어해서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야 장사(장마당)를 해서 먹고 산다지만, 군인들은 이 조차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식량난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인민군’이란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군대 내 일일 배급량이 800g이지만 지금은 550~600g만 공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입쌀이 아닌 강냉이만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 박 씨도 군복무 당시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상황을 증언하면서 “군 복무 2년동안 영양실조에 걸려 10명 정도가 죽어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 10801부대에서 2004~2008년까지 군복무를 한 탈북자 이영희(여.가명) 씨는 “그래도 나는 800g 정량은 아니지만 부대에서 어느 정도 보장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부대 병사들을 보면 한심할 정도로 볼품 없어 보여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군대 내 식량이 나오면 정치지도원들이 중간에서 빼돌려 정작 병사들에게는 정량의 식량이 배급되지 않았다”고 말해 군간부들의 횡령이 북한 군부 식량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급물자, 후방총국부터 총 5단계 걸쳐 착복


119만 명에 이르는 북한 군인들의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제공하는 곳은 인민무력부 산하 후방총국이다. 치약, 칫솔, 비누, 면도기 등 생필품부터 군복, 군화, 내의, 발싸개 등의 피복, 쌀,부식 등 식료품까지 모든 물자의 공급을 후방총국이 담당하고 있다. 또 전시대비 비축물자의 마련까지도 이곳의 책임이다. 


후방총국의 중요성이 큰 만큼 총국장 임명은 김정일이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모든 국가기구에는 당의 지도를 받는 정치국이 존재하듯이 후방총국 역시 정치국-참모부 체계로 운영된다. 정치국은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조직부, 선전부, 간부부, 당생활지도부 등을 두고 있다. 참모부는 피복·양식·경리·부업지도·운수·건물관리·군의국·연유관리국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군 부대 물자는 후방총국 경리장의 지시와 창고장의 출고조치로 각 도 공급소에 배분된다. 후방총국 경리장과 창고장은 배분 단계부터 물자들을 착복하는데, 이는 결국 총국 간부들의 뇌물이 된다.


또 도 공급소(경리장)→군단 또는 사단(경리장)→중대(사관장)→소대(부소대장)→병사에 이르는 분배과정에서도 단계마다 착복이 이뤄진다. 총 5차례의 분배과정에서 착복이 이뤄지는 ‘먹이사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800g이 지급돼야 할 식량이 550~600g만 공급되고, 이마저도 강냉이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북한 군부 내 이같은 부패 만연 현상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북소식통은 “북한 경제난은 군부대 역시 비껴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따라서 “횡령·뇌물이 군간부와 상급자들의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군 간부들에 의해 빼돌려지는 것은 식량만이 아니다. 군부대 산하의 연유(기름)창고, 무기창고, 피복창고 등은 물론이고 건설장의 자재들도 간부들의 손에 의해 시장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군부대 산하 군수창고들의 경우 폭약, 도화선, 의약품, 전선, 연유 등이 모두 동이 났다고 할 정도로 군수품 빼돌리기가 심각하다.


열린북한통신에 따르면 보위사령부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군부대와 주요 건설장에 검열단을 파견해 조사한 결과, 가는 곳마다 간부들의 착복으로 인해 군수창고가 텅 비었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보였다.


탈북자 이 씨는 “1999년 1차 서해교전 때 서해함대사령부에서 전시명령을 내리고 어뢰정들을 출동시킬 것을 명령했는데 연유가 없어서 출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 때문에 당시 군부대 내 물자에 대한 검열이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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