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北대표단 잇단 국립묘지 참관 의도는?

북한 대표단이 최근 남한의 국립묘지를 잇따라 참관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조대위) 홍선옥 위원장을 비롯해 제8차 아시아 연대회의에 참석한 북측 인사 5명은 19일 오전 서울 수유리의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방한하는 북한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관은 2005년 8월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가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당시 광복 60돌 기념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 6.25 전사자의 위폐와 무명용사 유골이 봉안된 현충탑을 자발적으로 참배했다.

림동옥(작년 8월 사망) 당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이 자리에서 “현충원 (참배) 결정은 어려운 것이었고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이라며 “6.15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후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 기간 북측 당국.민간 대표단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고 지난 4월 경남 창원에서 진행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5.1절 남북 노동자 통일대회’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은 마산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북측 대표단의 이 같은 행보는 북한이 그동안 장관급회담을 통해 줄곧 제기해온 ‘참관지 제한 철폐’ 문제를 관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현충원 참배 직후인 2005년 12월 제17차 장관급회담부터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관지 제한 철폐를 회담의 핵심 의제로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지난해 7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북측이 상대방의 성지와 명소, 참관지를 제한 없이 방문토록 할 것을 주장하면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8.15통일대축전 기간 남측 대표단의 성지 방문을 사실상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자발적으로 남측의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우리 측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

북한이 작년 10월 추석을 계기로 임시정부 요인 후손들을 초청해 애국열사릉 등에서 성묘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속내로 평가할 수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연구교수는 20일 북측의 국립묘지 방문에 대해 “남쪽의 시설을 먼저 참배함으로써 참관지 철폐 제한을 풀어보려는 선제 행동”이라며 상호주의를 앞세운 ‘무언의 압력’으로 풀이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과 대성산 혁명열사릉, 신미리 애국열사릉을 사실상 ‘3대 방문제한지’로 삼고 정부 대표단의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이 문제가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 문제와 닿아있을 뿐 아니라 정치성이 강한 북측 시설에 대한 참관이 북한체제 찬양으로 해석돼 남남갈등이 촉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2001년 8.15행사 때 방북해 김 주석의 만경대 생가에서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을 달성하자’고 써 국내에 비난 여론이 일고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측이 참관지 문제에 대해 ‘솔선수범’하는 것도 이러한 남측의 여론을 ‘순화’해 보려는 의도가 있지만 참관지 제한 철폐 문제는 여전히 남북관계에서 민감한 불씨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도 금수산기념궁전 외에 다수의 독립운동가가 안장된 애국열사릉과 혁명열사릉에 국보법의 잣대를 적용할지는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 공동행사를 주관해온 한 관계자는 “북측은 남측 대표단이 방문할 때 이러한 (참관 제한) 지역에 대해 직접적으로 참관을 강요하지는 않고 우회적으로 유도하는 정도”라며 “북측도 금수산기념궁전, 애국열사릉, 혁명열사릉 참관 제한을 일종의 ‘남측 가이드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참관지 제한 철폐를 남북 간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위해 해결돼야 할 ‘근본문제’로 꼽고 유.무언의 공세를 계속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2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과 내달 평양에서 열리는 6.15 민족공동행사에서 이 문제가 민감한 의제나 사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