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민군 백두산 답사 과정에서 3명의 군인(20대)이 일명 ‘부르죠아 날라리풍’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도중에 부대로 호송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피 땀 눈물’ 춤을 모방해서 췄다는 ‘죄’로 현재 처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11일 데일리NK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밤 함경남도 속후역에서 발생했다. 평양발 혜산행 열차가 정전으로 갑자기 멈춰섰고, 이때 진행된 오락회에서 공군 및 반항공군사령부 소속 직속 구분대 군인 3명이 춤을 췄는데 이를 지켜보던 보위국(전 보위사령부) 성원들이 갑자기 이들을 끌고 갔다고 한다.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들은 기차에 동행 중이던 총정치국 선전부 선전원과 보위국 과장의 결정으로 속후역전 보위소대에 넘겨 부대로 호송됐다. “선렬들의 혁명정신을 따라 배우러 가는 도중에 퇴폐적인 남조선(한국) 춤을 흉내냈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사상상태가 완전 썩었다”는 판정을 받아 복귀한 이들 때문에 해당 부대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3명 모두 복무와 훈련에서 모범적인 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군인들은 일단 ‘남조선 춤인지 몰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부대 내에서 배웠다” 혹은 “입대 전(前) 사회에서 ‘흥탄소년단’ 춤이 유행해 따라 추었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다만 부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다른 부대 군인들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총정치국과 보위국 간부들이 문제삼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처리 결과를 상부에 낱낱이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이 “왜 평상시 군중문화 오락시간에 췄을 때는 넘어갔었는데, 이번에만 문제 삼냐”는 항의를 하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 같은 상황이 밝혀지면 부대 전체가 사상검토를 받아야 할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하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하게 된다면 강직 및 6개월 혁명화 처벌, 강하게 된다면 생활제대(불명예제대)까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어떻게 동작만 보고 보위국 군관들이 남조선의 가수와 ‘피 땀 눈물’이라는 노래 이름까지 정확하게 지적해 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보위국 내에서는 외부 영상을 1주에 3시간씩 시청하는 전문부서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불거질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군 당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관련, 총정치국은 지난 8일 전군(全軍)에 ‘자본주의 사상문화와 새세대 청년군인 문제’라는 정치학습교양자료를 배포, 조직별 토론 진행을 지시했다.
군은 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을 예로 들면서 “제국주의자들이 사상 문화적 침투책동에서 주되는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총 잡은 새세대 청년군인들이다”며 “현실은 청년들을 녹여내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각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