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대내 매체를 동원해 지난달 26~30일 김정일의 비공식 중국 방문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에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난·식량난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선전은 믿지 않는 분위기라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화폐개혁 이후 당국에 대한 신뢰가 급하락한 것도 이 같은 반응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은 1일 “30일 저녁부터 TV가 장군님 중국방문 소식을 장시간에 걸쳐 보도했다”면서 “방송이나 TV에서는 하늘의 별이나 따 온 것처럼 떠들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서민들)은 강 건너 불 보듯한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은 지난달 30일 오후 8시를 기해 일제히 김정일의 방중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일이 거론한 ‘대를 이은 친선’ 발언에 대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중조친선협조관계 공고 발전 방침” 답변을 집중 보도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국가가) 작년에 화폐교환을 한다면서 강도질을 했기 때문에 인제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눈곱만큼도 남아 있지 않다”며 “아무리 중국을 방문해서 성과를 거뒀다 어쨌다 떠들어도 내 손에 쥐어져야 믿지 그러기 전에는 절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에 이은 시장폐쇄 조치 등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국가가 또 무슨 거짓말을 하는가’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나라가 강도인데 강도 말을 믿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내 손에 아무것도 쥐어주지 않는데 뭣을 가지고 믿겠는가, 먹고 살기도 바빠 죽을 지경인데 그따위 거짓말을 누가 듣겠는가”고 비난했다.
김정일이 방중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면 주민들에게 식량 등 직접적인 혜택이 있어야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들어 사람들의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니어서 미 공급(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하다”면서 “그런대로 이밥(백미밥)이라도 먹는 사람이 20%정도 되고 강냉이밥(옥수수밥)이나마 떨어뜨리지 않고 먹는 사람은 40%정도, 그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경제난·식량난에 따른 주민들의 민심이반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