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협상..발등에 떨어진 불

“달라진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체감하는 분야는 역시 돈 문제가 될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비율을 `50 대 50’으로 해주길 강력히 희망함에 따라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07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경비 분담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현재 양국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9-10일 서울에서 열린 양국간 제3차 협상에서도 양국은 입장차만 확인한 뒤 헤어졌다.

주요 쟁점은 한국군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비율과 협상 유효기간이다. 특히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안보환경 변화가 방위비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하면서 ‘자주국방의 대가’를 더 많이 요구하는 미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개념의 방위비 분담금은 처음부터 달러 베이스로 책정돼왔다.

환율 변화 등으로 매년 한국의 부담은 들쭉날쭉했지만 원화로 환산했을 경우 우리측 부담액은 1991년 1천73억원으로 출발, 연평균 16% 인상돼 2004년에는 7천469억원으로 증액됐다.

미측은 IMF(국제통화기금) 환란 중인 1998년의 경우 ‘특별요인’을 감안해 처음으로 3억9천900만달러에서 3억1천400만달러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다섯 차례에 걸친 지리한 협상 끝에 최종 타결된 2005∼2006년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전년에 비해 8.9% 줄어든 연간 6천804억원이 한국측 부담으로 확정됐다.

한국측 협상팀이 “주한미군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분담금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잘 활용한 `쾌거’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의 성과가 올해는 더욱 큰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작통권 논란 속에 미국 내 분위기가 더욱 강경해 지면서 결국 `50 대 50’이라는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7년 이후 경비 분담과 관련, 양측은 협상 출발점인 2005~2006년도 분담금을 기준으로 ‘늘려라, 줄여야 한다’며 서로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대상인 분담금의 세부 명목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복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와 주한미군 군수지원 비용, 군사 관련 건설사업, 연합방위력 증가사업비용 등 4개 항목.

우리 측은 2008년까지 주한미군이 3만7천500명에서 2만5천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2005~2006년도 분담금 수준에서 증액할 만한 상황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2년여 후 주한미군 규모가 1만2천500명이나 감소하는 점을 주로 반영, 분담금을 2005~2006년의 연간 6천804억원 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앞서 이라크 추가파병을 비롯한 우리 측 재정압박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2005~2006년도 분 협상시 감액에 합의했지만 2007년 이후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적정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측은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 주둔국으로부터 받는 직.간접 지원금이 전체 주둔경비의 75%가 되어야 한다’는 미국 의회의 지침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40%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11위권의 한국 경제력을 감안, `정당한’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특히 ‘자주국방’을 논하면서 ‘대등한 한미관계’가 거론되는 만큼 ‘equivalent(대등한)’ 정도로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은 바로 이점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징표가 되고 있다.

미측은 또 주한미군 규모는 줄지만 주한미군에 대한 인건비는 애초 한국의 분담금 내역에 들어가지 않는 점을 들며 한국의 감액 요구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측은 미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토지를 비롯한 각종 간접비용까지 감안할 때 미측의 `40%’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분담비용 외에 미국은 3년 또는 2년 단위로 체결해온 분담금 협정을 2007년 이후에 대해서는 10년 단위로 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른바 ’10년짜리 장기 협정’을 주장하는 미측의 요구에는 협상 때마다 한국내 시민.사회단체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장기 계약’을 함으로써 분담금 협상의 부담을 덜어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또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를 비롯한 한미 군사동맹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 차원에서 장기 협정을 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장기 협정 체결이 반드시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향후 몇년이 한미 군사동맹의 과도기로 규정될 수 있는 만큼 단기 협정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은 2007~2008년 또는 2007~2009년도에 대한 분담금을 정하는 단기 협정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협상이 올해를 넘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2005~2006년분 협상때도 양측은 2004년 연말까지 타결을 보지 못하고 2005년 4월에야 최종합의했다. 그 사이 총 5차례나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방정책을 책임진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이 공개된 만큼 한미 동맹의 의미와 한국의 실속을 적절하게 조절할 `지혜찾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