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용산보도’엔 法은 없고 ‘떼법’만

2010년을 이틀 앞둔 12월 30일, 지상파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는 일제히 톱뉴스로 이른바 ‘용산참사’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345일 만에 결론이 났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지적한 문제는 모두 관(官)에만 국한됐다. KBS와 SBS는 재개발사업과정에서 보상문제 등에 관해 법이나 제도적인 ‘공적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MBC는 한발 더 나아가 기자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하며 유족들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용산참사’의 책임이 제도적문제와 경찰대응의 문제일 뿐 불법적인 점거와 폭력투쟁을 했던 농성자들의 책임은 가려진 셈이었다.


1심 법원은 경찰 한 명을 비롯한 농성자 5명(2명 세입자, 3명 전국철거민연합 소속)의 사망자를 낸 용산 사건에 대해 “화염병 등으로 인한 화재발생으로 추정된다”고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고 유족들은 경찰이 무전기록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소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쪽은 누가 봐도 불법시위 때문이었다. 화염병과 염산, 골프공이 거리를 날아다니지 않았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과잉진압’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사고의 책임과 잘잘못은 항소심에서 가려지겠으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노파심이 든다.


일단 재판은 법원에 맡겨두고, 우리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치’와 ‘원칙’을 강조하던 서울시가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다. 또 이것을 방송3사 어느 곳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방송3사 뉴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제도적 보완과 재발방지를 주문했고 유족들의 ‘345일’을 조명하면서 “슬프고 힘겨운 투쟁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물론 가족을 잃은 당사자들의 슬픔이야 물론 말할 것도 없고, 1년 가까이 계속된 농성에서 그들이 겪었을 고통은 말로다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르고 농성도 끝낸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무엇보다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차가운 바람이 들이치는 철거예정지에서 농성을 이어왔던 유가족들이 따뜻하게 새해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행스러웠다. 보상금액을 두고 말이 많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이건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과 바꿀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용산사고의 해결과정이 또 하나의 선례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법치와 공권력 확립을 외치던 정부는 경찰청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총리가 수차례 찾아가 유감을 표명하고, 민간의 영역이라던 재개발 사업에 서울시장이 나서서 협상을 조율했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뉴스에서는 ‘345일의 기적'(KBS), ‘갈등의 345일'(MBC)이라면서 그동안의 불법은 깡그리 무시했다. 방송3사의 보도로 ‘우는 아기 젖 더 준다’는 말처럼 ‘떼법’이 이번에도 ‘법’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시 한 번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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