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임정요인 후손 반세기만의 성묘

분단 이후 처음으로 임시정부 요인 남한 후손들이 북한의 국립묘지에서 감격적인 성묘를 했다.

임정요인 후손들은 추석을 닷새 앞둔 1일 오후 평양에 있는 애국열사릉과 재북인사릉의 조상묘 앞에 서자마자 감격의 눈물과 탄성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묘역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애국열사릉의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배열된 묘역 중 왼쪽 묘역 맨 앞열에 안장된 김규식 선생의 묘 앞에 선 차남 김진세씨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꽃다발을 가져다 놓고 아들과 딸, 사위 등과 함께 큰절을 했다.

조소앙 선생의 후손인 종질 조만제씨는 울먹이며 “조국은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부디 걱정하시지 마시고 편안히 쉬십시요”라고 고한 뒤 백발이 된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렸다.

조소앙 선생의 외손녀인 김학근씨는 “어릴 적 할아버지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면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으며, 함께 온 외손녀 조명숙씨도 “할아버지 묘에 뿌려주기 위해 대전에서 모래를 떠다가 백번이나 깨끗이 씻은 뒤 가져왔다”며 묘 주변에 직접 뿌리기도 했다.

또 조소앙 선생의 후손들은 인근에 있는 조 선생의 처조카인 홍명희 선생 묘를 찾아 절을 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홍 선생에 대한 추억담을 나눴다.

애국열사릉을 찾은 임정요인 후손들은 저마다 수십년 늦은 성묘에 대해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면서도 뒤늦게나마 성사된 성묘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윤기섭 선생의 딸인 윤경자씨는 “이 곳에 와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잘 모셔져 있어 비록 내 몸이 남한에 있어 자주 찾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이 놓인다”면서 “이번 성묘를 할 수 있도록 해준 남북 당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정 요인들의 묘는 좌우 양측으로 나눠진 애국열사릉 전체 묘역 중 좌측 묘역의 앞열에서 세번째 줄 이내에 모두 배치돼 있어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북측 관계자는 “임정 요인의 경우는 모두 김정일 장군님이 공적을 잘 알고 있고 우리 공화국(북)에서 애국지사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면서 “앞열에 배치한 것도 그만한 대우를 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서영훈 임정요인 후손 성묘단 단장과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 회장은 애국열사릉에서 유족들이 성묘에 참여하지 못한 엄항섭, 오하영, 유동렬 등 인사의 묘에 후손을 대신해 성묘를 했다.

성묘단은 재북인사릉에 있는 이광수, 정인보, 백상규 등 유명인사의 묘를 둘러보며 추모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김상덕 선생 묘와 이광수 선생 묘, 장현식 선생 묘와 김의한 선생 묘 등이 각각 바로 옆에 배열된 것을 보고 “서로 같이 계셔서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측에서는 10여명의 안내원이 동행해 성묘하는 후손들에게 해당 조상의 업적과 북에서 애국열사릉에 모시게 된 과정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며,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전달해 조상에게 바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성묘단 초청자인 북측 민화협은 전날 저녁 성묘단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서 남측 성묘단을 맞아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대 민화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성묘단 방문은 6.15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결실”이라며 “여러분들의 선친은 공화국(북)의 품에서 보람있는 여생을 보내고 애국자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친들의 묘역에 가보면 애국지사들에 대한 공화국의 은정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평양시내에서는 강성대국 건설에 나선 인민들의 보람찬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서영훈 단장은 “이번 행사가 성사되도록 해준 김정일 위원장에게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번 성묘를 계기로 겨레사랑 정신을 되새겨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을 다짐하자”고 화답했다.

성묘단은 또 이 자리에서 준비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 통일’ 친필 휘호가 담긴 강진 고려청자 10개를 김정일 위원장과 성묘단 방문 성사를 위해 노력한 민화협 관계자들에게 선물로 건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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