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美 핵전문가팀 무엇을 협의하나

미국 핵전문가팀의 9일 방북은 지난 3일 채택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 합의문의 첫 이행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조치를 시작으로 참가국들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연내에 마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 방북팀 구성과 임무 = 이번 방북팀은 ‘10.3 합의문’에 따라, 지난 달 11~15일 방북했던 미.중.러 3국 핵전문가팀의 단장을 맡았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미국 측 전문가들로만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타 참가국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은 불능화 활동을 주도’하며 ’첫번째 조치로서 미국은 불능화를 준비하기 위해 향후 2주내에 북한을 방문할 전문가 그룹을 이끌 것’이라는 ‘10.3 합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방북 경로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갔던 지난 달 방북 때와 달리 이번에는 베이징(北京)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 땅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의 임무는 앞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매듭짓지 못한 북핵 시설 불능화의 기술적 방법에 대해 협의를 진행, 6자 수석대표들에게 권고할 불능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문가팀은 이를 위해 연말까지 불능화하기로 한 영변의 5MW 실험용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및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주요 시설에 대해 복구까지 약 12개월 가량 걸리는 불능화 방식을 북측과 모색할 예정이다.

전문가팀은 ‘전문가 그룹이 권고하는 구체적 조치들은 모든 참가국들에게 수용 가능하고, 과학적이고, 안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또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원칙들에 따라 수석대표들에 의해 채택될 것’이라고 규정한 10.3 합의문 취지에 맞는 불능화 방법을 북측과 협의한 뒤 수석대표들에게 보고하게 된다.

지난 달 방북팀이 영변 핵시설을 시찰한 뒤 북측과 협의를 거쳐 대강의 안을 마련했지만 이어 4일간 열린 6자회담에서 6자는 불능화 방법에 최종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런 만큼 이번 방북팀은 북측과 불능화 방법에 대한 사실상의 합의를 해와야 연내 불능화 이행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의미와 전망 = 이번 방북팀의 활동은 미국 행정부가 현지시간 4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를 의회와 협의하기 시작한 것과 더불어 ‘2단계 합의문’ 이행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연내 불능화.신고를 이행하고, 그와 연계해 미국도 연내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의 족쇄를 풀어준다는 것이 북미간의 양해사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국 전문가들의 방북을 수용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의회와의 협의를 시작하는 것은 북.미가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10.3합의문 이행에 처음 나서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주변 환경으로 미뤄 이번 방북팀의 논의 전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우선 앞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은 불능화 방법과 관련, 상당 부분 입장 차를 좁혀 놓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더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서 한 약속들을 이행한다는 뜻을 확인한 것도 전문가팀 방북에 앞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이었던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이 5일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회담기간 불능화를 최대한 빨리할 것이며,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해 불능화 방법 합의 전망과 관련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결국 관심은 어느 수준의 불능화 방법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이번 방북팀의 방북 협의에 이어 6자 수석대표들의 대면 협의 또는 간접 접촉을 통해 확정될 불능화 방법이 ‘다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불능화의 당초 취지에 부합할지 여부가 관건인 것이다.

이르면 이달 중 불능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지만, 6자가 연내 불능화 이행에 지나치게 집착해 몇개월이면 복구 가능한 낮은 수준의 불능화 방법에 합의할 경우 현재의 가동중단과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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