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3주년 ‘개성.금강산 합의서’ 위상 ‘흔들’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오가는 남측 인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남북간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합의서 위반 논란이 일면서 남북간 해석이 엇갈리는가 하면,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미비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법 전문가들은 5일로 발효 3년째를 맞는 합의서의 실효성을 높일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합의서는 2004년 1월29일 체결됐고 그해 9월23일 국회 동의를 받았지만 한동안 북한의 당국간 회담 거부로 문건이 교환되지 않아 미발효 상태에 있다가 2005년 8월5일 문건 교환을 통해 발효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금강산에서 불필요한 남측 인원을 추방하겠다는 북한의 3일 발표에 대해 합의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합의서 제10조에서 북측이 인원을 남측으로 추방하는 경우는 법질서를 위반한 경우만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3일 발표는 합의서에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서 제2조에 ‘남북은 안전한 출입과 체류를 위해 협력하고, 북한은 신변안전과 출입 및 체류 목적 수행에 필요한 편의를 보장한다’고 돼 있는 점도 지적했다.

한명섭 변호사(법무법인 렉스)도 “규정대로 남측 인원이 법질서를 위반했을 때 조사해서 추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측이 일괄적으로 추방하겠다는 것이라면 합의서 위반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관광객 피격’은 군사통제 구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합의서 위반이 아니라는 북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효원 교수는 반박했다.

관광객이 경계선을 넘어간 행위 자체가 합의서 제10조 2항에서 규정한 ‘인원이 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북한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조사 및 남한에 통보,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가장 중한 경우라도 추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명섭 변호사는 “합의서상 ‘출입’은 남측 지역에서 개성공업지구나 금강산관광지구에 드나드는 것을, ‘체류’는 각 지구에 머무르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이번처럼 지구 밖으로 벗어난 남한 주민은 합의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합의서의 체결 취지가 남한 주민의 신변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번과 같은 피해자의 경우 합의서가 적용되도록 합의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명문화함으로써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간 합의서가 있음에도 해석 차이와 실효성 논란이 이는 것은 후속조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므로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현행 합의서는 안전을 보장할 후속조치가 없어 실효성에 큰 문제가 있다”며 “출입.체류에 관한 각종 문제를 해결할 남북공동위원회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한 주민의 추방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합의서상 권리의 내용을 구체화해야 하며, `엄중한 위반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도 주문했다.

한 변호사도 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출입.체류 대상과 적용범위의 명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국제사회에서도 합의서의 상당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게 사실이며, 북미 제네바 합의처럼 북한과 체결한 합의서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하고 “현행 합의서는 과거보다는 많이 진전된 것인 만큼 지금은 미비점 보완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계, 완충지대 규정을 보완할 것을 주장하면서 남북간 군사 합의서와 과거 동.서독의 사례를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독일 통일 전에 베를린 장벽 부근에서 서독 사람이 보트를 타고 가다가 경계선을 침범해 동독 군인이 총을 쏴 사망했었는데 통일 후 그 군인은 기소돼 처벌받았다”며 “동.서독의 경우 경계선이 1천300㎞에 달했던 만큼 ‘경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우리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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