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숫자로 수감 햇수 안다

▲ 요덕 15호 정치범수용소 수인들의 강제노동 모습. 2004년 2월 일본 후지TV가 공개했다.

물론 북한 정치범수용소도 ‘출소(出所)’를 할 수 있다. 출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한에 입국한 수용소 출신 탈북자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혁명화 구역에 있던 사람들로, 북한에 있는 정치범수용소 가운에 요덕 15호 수용소에만 이런 구역이 있다. 나머지는 모두 완전통제구역 –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곳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성격과 위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죽을 때까지 강도 높은 노동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수용소들은 깊은 산중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겨울뿐만 아니라 봄과 가을에도 무척 춥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옷은 거의 없다. 과연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인간의 생존본능이란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그 중에는 수십 년을 수용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죽어야 끝날 수 있는 노동

수용소에서는 어린아이건 노인이건 몸이 불구가 되건 정신병자이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는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 수용소에서의 상황에 충격을 받아 정신이 이상해진 환자의 경우에도 일을 시키는데, 이들을 통제하는 수단 역시 ‘먹을 것’이다. 비록 정신은 정상이 아니지만 생명체로서의 본능은 남아 있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단순한 노동이라도 무엇이든지 해야만 한다.

강제노동에는 석탄채취, 각종 공사, 벌목, 나물채취, 돌 채석, 토끼사육, 자연산 송이 채취, 사금 캐기, 양조 등 다양하다.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이 수감된 수용소의 경우에는 탄광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보통이고, 가족들이 함께 있는 수용소의 경우에는 그 규모도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일반 사회에서 갖출 것은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위원들은 말을 잘 듣는 수인(囚人)들이나 자신의 정보원들에게는 조금 편한 일에 배치를 해주는 방식으로 수인들을 통제하는데, 토끼 사육장이나 양조장이 바로 그런 자리이다.

그런데 만약 자기가 기르던 토끼가 죽는다든지 하면 몰매를 맞고 쫓겨나거나, 혹시 재산가치가 큰 소(牛)가 죽는 날에는 구류장으로 끌려가거나 맞아 죽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워낙 수용소의 노동강도가 워낙 강하고 항상 허기져 있기 때문에 수인들은 ‘돼지 사료 훔쳐먹을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부러워한다. 사료를 훔쳐먹다 걸려서 죽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의 어느 곳이나 부패가 심하지만, 특히 수용소의 보위원들은 자신들의 표현으로 ‘자유주의’라는 것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수인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보위원들의 ‘자유주의’란 수인들이 힘들게 수확한 것을 자신들이 몰래 빼돌리는 것을 말한다.

보위원이 개인적으로 갈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수용소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물건을 빼돌려 사회에 내다 판다. 그래서 보위부 상급단위에서 수시로 검열을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걸리는 경우가 없다.

정치범수용소에서 생산된 가축이나 채소, 고추장, 된장 등 농축산물과 부식, 구두와 자전거 등의 공산품은 북한 내에서 최고의 품질에 속하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 수용소의 생산품이 북한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도 억울한 죄인을 자꾸 만들어 수용소를 유지하려고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죽은 사람 옷벗겨 서로 입으려 경쟁

수용소에서는 옷을 구할 수가 없다. 깊은 산중에서 고된 노동을 하다 보면 옷이 쉽게 해지지만 그렇다고 따로 옷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십 번이라도 기워 입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누가 죽으면 그 죽은 사람의 옷을 벗기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곳은 봄가을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깊은 산골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심지어 한여름에도 허약해진 몸으로 인해 으슬으슬 추위를 느끼기 때문에 입을 수 있는 만큼 두툼하게 입는다고 한다.

▲ 수인들이 신는 신발 (그림 : 안명철)

신발은 요덕수용소의 경우 ‘노동화’가 1년 6개월에 한 켤레, 겨울철에 신는 솜동화가 5년에 한번 지급이 되지만 고된 노동으로 인해 금방 해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보통 토끼가죽이나 돼지가죽에 새끼줄로 매거나, 고무벨트나 자동차 폐타이어 옆면으로 신발을 만들어 신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추위를 피할 수가 없어서 대부분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는다. 때문에 발가락 숫자로 수용소에 수감된 햇수를 가늠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속옷은커녕 여성이 생리를 해도 닦아낼 천조각이 없어 바지에 피를 묻히고 다닌다. 그것이 너무 일상화돼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전한다.

성인이 돼도 키는 150cm, 작업량만 늘어나

정치범수용소에도 학교는 있다. 수용소의 인민학교는 4학년제, 고등중학교는 5학년제이다. 그렇지만 말이 학교이지, 주요 일과는 토끼풀 주워오기, 사금 캐기, 돌 나르기, 나무하기, 보위원들의 남새밭(야채밭)에서 일하기 등이다.

아이들은 아침 6시에 등교를 해서 하루의 대부분을 교원(보위원)들이 지시한 작업량을 채우면서 보내는데, 아이들에게 부과되는 작업량과 그 강도가 엄청나다. 역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을 하고 배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밤이 으슥해질 때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 이었던 안명철씨가 그린 수인들의 숙소. 일명 ‘하모니카집’

고등중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점은 작업량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인민학교 아이들과 달리 꾀가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창 자라나는 나이에 먹지를 못하니 아이들의 사고의 대부분은 항상 먹을 것에 대한 생각뿐이다. 그렇지만 먹을 것이 없다 보니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는 17세가 되면 어른 취급을 받아 작업량은 늘어나지만 대부분 키가 150cm도 안 된다고 한다.

어렸을 때 수용소에 수감된 아이들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기가 대단히 힘들다. 무엇 때문에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지, 인간세상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오로지 동물적인 생존본능으로 살아가고 있다.

출산은 산모와 아기 다 죽는 행위

수용소에서의 가족관계는 수용소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15호 요덕수용소에는 독신자 세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세대가 함께 있다. 이렇게 일가족이 수용소에 수감된 경우에는 독신자보다 서로 위로도 하면서 조금 낫다고 한다. 그러나 그 중에는 죄를 지은 아버지 때문에 처와 자식들이 아버지를 굶겨 죽이는 일도 있다고 한다.

죄를 지은 장본인들은 자기 때문에 가족까지 비참한 수용소에서 지내는 것에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일부는 자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역시 가족이 있는 경우 서로 위해주며 생존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인륜지사이다.

▲ 화장실에서 몰래 성관계를 갖는 수인들. (그림 : 안명철)

수용소 내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물론 부부 사이가 아니면 성관계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종족번식의 본능은 어쩔 수가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부질없는 짓으로 끝나고 아기와 엄마의 생명만 잃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용소 내의 처녀들은 어릴 때부터 보위원들의 노리갯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윤리의식이 희박해 남자를 보면 옷 벗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고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또 오누이간에 성관계를 갖거나 모자간에 성관계를 갖다 적발되어 처벌을 받기도 하는데, 안명철씨는 이를 두고 “먹지도 못하여 뼈가 앙상하게 남았고 일년 내내 목욕 한번 제대로 못하고 이빨 한 번 닦아보지 못해 때가 찌들찌들하고 이가 우글거리는 그들도 인간의 본능만은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개탄한다.(계속)

[특별기획 ‘아! 정치범수용소’]

개가 사람 잡아먹어도 “잘 키웠다” 칭찬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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