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탈북 방조자(傍助)와 중국산 손전화(핸드폰) 사용자를 반역죄로 처벌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북한 권력 기관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처음엔 무기노동교화형 으름장을 놓다가 막대한 자금을 받은 이후 풀어준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상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돈 2만 위안(元, 약 339만 원).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 격)가 얼마 전 탈북 방조 혐의로 체포된 북한 주민에게 받은 금액입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평생 동안 만져보기 힘든 거금이지만, 보위원은 회유와 협박을 통해 너무나도 쉽게 요구합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경지역에서 대대적인 검열로 체포당하는 사람도 늘었는데, 돈 받고 석방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최근 회령에선 무려 2만 위안에 한 달 만에 풀려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처음엔 무기노동교화형 으름장을 놓다가 나중엔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마지막엔 돈을 내면 풀어준다는 회유를 통해 최종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도강(渡江)에 성공한 20대 초반 여성이 지난 5월 중국 요녕(遼寧)성 심양(瀋陽)에서 체포돼 북송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방조자를 대라’는 독촉에 영문도 모른채 잡혀 들어온 이 주민은 ‘모른다’고 잡아뗐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보위부는 중국에 직접 보낸 게 아니라는 진술에 ‘유도 안내죄’라는 북한 형법에는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죄목(罪目)을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보위부는 몽둥이로 두드려 패면 없던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위(당국)에서 단속 및 처벌 강화 지시가 하달되면 바로 뒷돈을 챙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바로 보위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정은의 국경지역 봉쇄 전략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입니다. ‘주민 이상 행동 철저 차단’을 노린 지시였지만, 오히려 도강과 뇌물 비용이 올라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엔 보안서(우리의 경찰)에서도 손전화 도청기를 갖고 검열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위부에만 잘 보이는 게 아니라 보안서까지 신경써야 하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뇌물 비용만 배(倍)로 들어가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최근 양강도와 함경북도를 중심으로 주민 체포 작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도(道)와 시 보위부에는 도강 및 중국 손전화 사용 혐의를 받고 체포된 주민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소식통은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