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남편만 기다려왔는데”

“아이고 내 동생 택규야.. 나 재규 형이야..형수님 제가 재규예요..재규”

24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지난 55년 간 죽은 줄로만 알고 눈물로 그리워 했던 북측의 형님 최재규(73)씨가 화면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자 동생 택규(69.강릉시 안현동)씨는 그동안 쌓인 설움이 복받친 듯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둘째 형님인 재규(당시 19세)씨가 북측 의용군에 징집된 데 이어 큰 형님인 최동규씨 마저 인민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이들 삼 형제는 반세기가 넘도록 생이별 해야만 했다.

반세기 만에 형님의 얼굴을 마주한 택규씨는 그동안 남북에서 각자 살아온 근황에 앞서 큰 형님 동규씨의 생사가 가장 궁금했다.

이날 화상상봉장에는 반세기가 넘도록 오매불망 남편 최동규씨를 기다리며 수절해 온 최옥자(79)할머니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규형님. 큰 형님은 살아 있습니까. 형수님이 강원도 강릉 고향 땅에서 큰 형님이 돌아오시기 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에 북측의 가족들과 함께 화상상봉장에 나온 재규씨는 “전쟁이 끝난 직후 큰 형님도 북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만났다”며 “나이 30세가 넘어서야 재가해 살다가 13년 전에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뜨셨다. 하지만 남측에 있는 형수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변치 않았다”고 남측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내 화상상봉장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최옥자 할머니는 지난 반세기 동안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전쟁과 분단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최씨 가족은 곧 전쟁 직후 헤어졌던 당시 상황과 남북에서 각자 살아온 인생 역경, 슬하의 자녀 소식들로 화제를 바꿔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갔다.

이날 남북 가족들은 각자 고이 간직해 온 흐릿한 옛 흑백 사진과 최근의 가족 사진을 꺼내보이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또 북측의 재규씨는 자신의 부모 사망 소식을 접하고 고인이 된 날들을 종이에 정성스레 받아 적기도 하는 한편 남측 가족들은 손수 준비한 가족 계보도를 설명하는 등 반세기가 넘도록 실을 줄 모르는 가족애로 화상상봉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윽고 반세기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2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이 끝나갈 즈음 남북 가족들은 “부디 살아 통일 되면 다시 만나자”는 공허한 말을 주고 받은 뒤 남측 가족들은 북의 재규씨에게 큰 절을 올리며 허탈한 발길을 돌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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