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北도발과 제재…국면의 끝은 어디일까?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 군 당국이 “실전 비행능력이 검증돼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3천-4천km까지 날릴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한미일은 즉각 규탄에 나섰고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신속하게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북한의 행동을 규탄해도 북한이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으리라는 것을…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고, 유엔 차원에서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와도 김정은 정권이 제재 때문에 버틸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고 핵개발 정책을 변화시킬 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국면의 끝은 어디가 될 것인가?

대화·협상 통한 문제 해결 바람직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먼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 진보적인 정권이 등장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김대중-클린턴 정부 시기가 모델이다. 남북, 북미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복귀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본격 추진하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개혁, 개방 쪽으로 나오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동시에 달성된다면 한반도에는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작동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부분이 많다. 우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한국과 미국에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할 진보정권이 적어도 10년 이상 동시에 유지돼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클린턴 정부가 공존했던 3년간의 시간 이후 15년 넘게 한국과 미국에는 보수정권이 번갈아가며 집권했다. 합법적으로 정권이 교체되게 돼 있는 한국과 미국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진보정권이 10년 이상 함께 집권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여기에다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를 명문화하고 핵개발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핵화 논의에는 아예 참가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대중-클린턴 정부 시기 남북, 북미관계의 개선이 가능했던 것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명분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북한이 ‘비핵화’라는 명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할 여지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있을까?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의 사례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도․파키스탄과 북한의 사례는 다르다. 인도․파키스탄은 남아시아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맹주로서 미국이 현실적으로 관계개선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야 할 실익은 크지 않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한미일 3각 동맹 체제의 구축을 통한 대중국 견제에 있는데, 북한과의 관계가 좀 개선된다고 해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향상될 것도 없다.

오히려,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가 하나쯤 존재하는 것이 미국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더 많은 국방예산을 배정하고 군사력을 신장해 전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인 만큼,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유지와 동북아 핵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동북아는 ‘불안정한 상태의 균형점’에 위치

남북미의 현실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 되는 것이다. 북한은 계속 도발적 행동들을 해 나가고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재를 추진하지만 북한의 행동에는 변화를 주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되는 것이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 될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모두가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균형점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턱 밑에 온 칼날은 아니다. 미국이 북한 위협을 정말 심각하게 인식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북한이라는 위협을 이용해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안보정책상의 잇점도 누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 북한이라는 나라의 존재가 자국의 이익에 해롭지 않다. 다소 골치 아픈 이웃이긴 하지만, 한미일 3국 동맹에 대응하는 데 있어 북한이라는 존재는 중국의 중요한 외교 자산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 일본이 재무장하는 데 있어 북한의 위협만큼 좋은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위협이 안보상 부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 때문에 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위협은 이미 상수화돼 있고, 사람들은 그저 그런 위협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해가는 데 익숙해 있다.

종합하면, 한국을 포함해 북한 주변의 모든 나라들은 다소 불안정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불편은 느끼지 않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불안정한 상태의 균형점’에 있다고 할까? 

균형점 깨지면 위기 최고조에

문제는 이러한 균형점이 깨지는 경우다.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높여 주변국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위기 고조와 함께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역학관계의 변동이 시작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미국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전략적 인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내에서 어떻게든 북한과 결판을 보자는 여론이 급등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이 고조되게 되면 중국도 그 때는 그냥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위기가 최고조에 올라 동북아 정치지형이 균형점을 잃고 흔들리면, 미중을 중심으로 북한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에 대한 강대국 정치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은 미중을 중심으로 주변국 모두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관건은 김정은이 ‘불안정한 상태의 균형점’에 있는 지금의 상태를 깨고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버지 김정일처럼 적절히 치고 빠지는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 모르겠지만, 젊은 기운에 균형점을 과격하게 깨트리고 나갈 경우 한반도 위기는 최고조로 상승하고 해방 이후와 같은 강대국 정치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과연 균형점을 깨고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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