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식량’ 마련 北김장 풍경은?…”한바탕 전투”

북한 주민들에게 11월은 ‘김장’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기다. 북한에서 김장은 ‘반년 식량’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하다. 한국에 비해 먹을 것이 많지 않은 북한에서 김치는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는 데 주요 식량과도 같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400∼500kg 정도의 배추와 무를 마련해 김장한다. 한국 김장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양이다.


때문에 이맘때쯤 북한 주민들은 ‘김장 전투’를 치른다. 특히 올해처럼 극심한 가뭄으로 병충해가 발생해 배추, 무 등 채소 농사를 안 될 때는 중국에서 밀무역으로 김장용 배추, 무를 들여와 김장을 하기도 한다. ‘반년 식량’을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일리NK는 4일 2012년에 탈북한 평안남도 출신 이금순(가명·54)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북한의 김장 문화 차이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은 보통 11월 말 정도에 김장을 한다. 북한에선 보통 언제 시작하나.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평안남도와 황해도 등 중부 지역은 11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함경북도 같이 추운 북부 지방은 보름 정도 먼저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가족들이나 이웃들이 모여 김장을 하는데, 북한은 어떤가.


“형제끼리 김장하는 날을 정해 2, 3명이 부모 집에 와서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만 형제가 멀리 있거나 오지 못할 경우, 이웃들을 불러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사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돈을 주는 것이 아니고 밥을 한 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음식을 준다. 양쪽 모두 김장을 할 만한 사람이 없을 경우 이웃끼리 서로 도와주기로 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공장 기업소나 회사에서 휴가를 받을 수 있나.


“‘반년 식량’을 마련하는 날이기 때문에 하루 휴가를 준다. 어떤 노동자가 휴가를 다 썼어도 다른 방식으로 휴가를 줘 김장하는 날은 보장해 준다. 작업반 같은 경우에서는 사람이 많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김장조를 짜기도 한다.”


-한국은 김장할 때 양념을 많이 준비하는데, 북한은 어떤 식으로 준비하나.


“배추, 무, 생강, 고춧가루, 마늘, 설탕, 기름 등은 기본으로 준비한다. 북한에서 젓갈이 눅은(싼) 편이라 다들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평안남도는 비리게 젓갈을 많이 넣기도 한다. 함경북도는 낙지(한국의 오징어)도 많이 나오니, 그런 것들도 넣는 경우가 있다. 양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그는데, 북한은 어떤가. 


“배추 김치와 깍두기가 일반적이다. 조금 형편이 좋은 가정 같은 경우는 갓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여기(한국)처럼 파, 총각 김치 같은 것은 물론이고 동치미도 담그는 집은 거의 없다. 배추 김치는 보통 한 달 정도 숙성시킨 다음 먹는다. 그전까지는 깍두기를 아랫목에 놓고 익혀 먹는 게 일반적이다. 북한은 먹을 게 많지 않기 때문에 맛보다는 양이 중요하다. 맛은 나중에라도 양념을 더 넣으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올해 채소 농사가 좋지 않아 김장 준비를 못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 같다. 


“힘들게 사는 집은 배추도 준비하기도 어렵다. 수확이 끝난 곳에 가서 배추 이삭을 줍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고춧가루도 준비를 못하니 백김치를 하는 것이다. 소금에 그냥 절여 김장을 해놓고 김치를 먹을 때마다 고춧가루를 조금씩 발라 먹는 것이다. 공장 합숙(기숙사)에서도 보통 이런 백김치를 한다.


강냉이(옥수수)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배추 200kg에 고춧가루 500g을 넣는 정도로 김장을 한다. ‘양념을 그냥 했다’는 수준으로만 하는 것이다. 배추 속에 양념을 조금 넣었으니, 다른 가족은 먹을 수 없고, 세대주 전용(專用)으로 보면 된다.”


-시장화로 인해 김장하는 것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최근엔 시장 통제가 많이 줄어들었으니 시장에 나간다면 자기 벌이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됐을 것이다. 이 정도면 양념을 배추 안쪽과 바깥쪽까지 다 버무릴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할 수 있다. 생활수준에 따라서 쓰는 양념이 다르다고 하는데, 벌이가 괜찮은 사람들은 명태를 넣거나 좀 더 생활이 나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넣기도 한다고 들었다.”


-북한 간부들의 상황은 어떤가.


“간부들 같은 경우에는 김장을 오히려 많이 하지 않는다. 양념도 적당하게 한다. 김치를 많이 안 먹는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김치가 필수인데 비해 간부들은 기호 음식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김장할 때 한국은 보통 돼지고기 수육을 먹는다. 북한은 어떤 특징이 있나.


“인조고기, 두부밥이나 비지를 먹는다.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불고기나 만둣국을 먹기도 한다.  다만 김장은 여자들이 하고 남자들은 한쪽에서 먹기만 한다. 남자들은 김칫독 묻을 곳을 파주기만 하고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일을 하는 남자가 20%나 될까 싶다. 어떤 주민들은 김장하는 날은 남자들이 없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김장할 때 북한 여성들의 고충이 심할 것 같다. 


“등에 배낭을 진 기분이다. 끔찍하다고 느끼면서 노동단련대 분위기가 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이 배급이 안 되면 펌프질부터 중노동이 시작돼 김장을 끝내고 나면 한바탕 전투를 치른 느낌이다. 하지만 김장이 시작되면 여성들 특유의 수다가 시작된다. 남편들 흉도 보고, 최근 시장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김장을 한다.”


-북한은 김장한 이후 김치를 땅에 묻나.


“한국처럼 가정집에 김치 냉장고 있는 집이 드물기 때문에 보통 땅에 묻는다. 아파트 살림집(주택) 같은 경우에도 노천에 석탄 등을 쌓아놓은 창고가 있어 그곳에 (김치)독을 파묻는다.”


-북한에서 김장을 하면 얼마나 오래 먹나. 


“이듬해 2월 중순 정도면 거의 떨어진다. 2월 말 정도면 시장에서는 김치를 파는 장사꾼이 등장한다. 주민들은 양념도 많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비싸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시장에서 맛있는 김치를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인기는 있다. 3월 초만 되면 모든 가정이 반찬 걱정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때 김치가 많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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