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 선출…민주, ‘햇볕당’으로 후퇴하나?

7일 열린 민주당 3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온 박지원 의원이 선출됐다.


박 원내 대표 체제가 확정된 만큼 향후 민주당은 기존의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 대북지원, 북한인권법 등의 대북정책에서도 대여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주도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는 당 내부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긋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대북 송금 관련 혐의(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외환관리법 위반)와 기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의 알선수재)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경력이 있다. 출소 이후 18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에서 의원 뱃지를 달면서 정치적 재기에 성공, 민주당 내에서 ‘햇볕정책의 적자’를 자임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비핵 개방 3000’ 및 ‘그랜드 바겐’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해에도 4월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따라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반반했고, 지난 1월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이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을 추상적으로 설명한 것을 그대로 나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해왔던 그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대여공세 및 의제 선점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퍼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또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우선 6.2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민주당이 다시 ‘호남당’ 이미지로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김부겸 의원은 “호남당 탈피를 위해 지도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천안함 정국과 관련한 박 원내대표의 지금까지 공개 발언이 현재 국민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천안함 사건 파장으로 야당들이 내세우고 있는 ‘MB 심판론’ 자체가 이슈화 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북측의 입장을 해명하는데 주력해왔던 박 원내대표의 존재 때문에 민주당이 오히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층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천안한 침몰 초기부터 “북한 공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는 등의 공개발언을 이어 왔다. 특히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합동 기자회견을 두고도 “짜맞추기 식”이라 발언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북한인권법 처리 문제나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법안 추진 등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대한 기본 입장은 “삐라를 보낼 때 수소 풍선을 이용하는데,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적용해서 단속해야 한다” 것이다. “이쪽에서 먼저 북한을 비난하고 북한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시각이다.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인권법을 제정해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식량 지원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박 원내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여야간 대립국면은 남북관계 문제로까지 번져갈 전망이다. 특히 노골적으로 김정일 체제를 변호해 왔던 그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경우 북한을 둘러싼 ‘좌-우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원내대표는 김정일의 와병 당시(2008년 9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해서 당분간 집권을 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서 북한을 보다 유연한 사회로 만들어 놓고 후계가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좀 건강하게 계속했으면 하는 마음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