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故정몽헌회장, 정상회담 먼저 제안”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이 11일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당시의 `막전막후’를 소개했다.

무소속인 박 의원은 이날 `서울대 6.15 연석회의’ 초청 특강에 앞서 배포한 `6.15 정상회담은 어떻게 이뤄졌나’라는 제목의 원고에서 “2000년 초 당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정 회장이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고, 현대가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며 뒷얘기를 풀어나갔다.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DJ가 관심을 표명하자 박 의원은 정 회장에게 전화해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정 회장은 이후 3월 싱가포르에서 남측 특사였던 박 의원과 송호경 북측특사간 비밀회담이 열렸을 당시에도 회담 장소 등에 대한 양측간 연락 채널 역할을 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 “3월17일 상하이에서 열린 송 특사와의 1차 예비회담에서 북측은 우리 정부에게 현금지원(15억 달러)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산절차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단호히 거절했다”면서 “당시 정몽헌 회장을 제 방으로 불러 북측의 무리한 요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만 “정몽헌 회장이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북측이 10억∼15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내가 5억 달러로 깎았다’고 자랑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고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문제로 정상회담이 막판까지 결렬 위기에 처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평양 도착 후 송 특사가 `참배를 거부하면 회담도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막판까지 진땀을 뺐다면서 “한광옥 비서실장과 제가 대신 참배하고 돌아가 구속 당하겠다”고까지 배수진을 쳤지만 기싸움을 계속하다 회담 당일인 6월14일 오전 김정일 위원장이 `참배는 안해도 된다’고 밝히면서 극적으로 문제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방북 기간 순안공항 도착 직후 DJ와 김정일 위원장이 포옹했을 때, 참배 문제가 풀렸을 때, 6.15 공동선언문이 작성됐을 때 등 4차례에 걸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당시 평양 방문 일자가 하루 늦춰졌던 것은 송금 지연 때문이 아니라 남측 언론이 순안공항-평양 이동경로를 예측보도하는 등의 보안 문제와 순안공항의 수리 미비가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이 DJ와의 차별화를 위해 옹졸한 정치적 계산을 했으며 DJ에게 정치적 타격을 줘야겠다는 음모로 정치자금 관계를 조작했다는 믿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측으로부터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 안기부 자금에 대한 동시 특검을 통해 `물타기’로 문제를 풀자는 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북송금 특검만 없었다면 6.15 합의사항이 착착 진행됐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임기 마지막 해에 정상회담을 해서 그 성과를 이행하지도 못하고 묻혀버리는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이명박 정부도 ABKR(Anything But 김대중&노무현) 정책을 통해 잘못된 전철을 되밟는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6.15 및 10.4 선언을 사실상 부정하고 묵살했으며 불필요하게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비핵개방 3000′ 정책도 이미 부시 대통령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최근 대북정책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어 대북정책 궤도가 조만간 수정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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