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실형 선고 의미와 전망

법원이 25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은 최근 법원이 ‘사회 지도층’ 범죄를 엄벌하는 경향과 궤를 같이 한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 증거의 증명력을 부정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나머지 알선수재 혐의 등에는 실형을 선고하고 박씨를 법정구속했다.

변호인측은 당초 대법원이 파기환송할 때 알선수재 등 기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만큼 ‘핵심 혐의 무죄, 일부 혐의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막상 실형이 선고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집행유예 판결을 내심 기대하고 다음달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법정구속으로 이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부의 입장은 박씨가 남북교류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빚어진 불법행위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개인 비리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판부는 “알선수재 이외 부분은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라는 목표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대북송금 과정에서 저지른 것으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서실장 재직시 알선수재 행위에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실형 선고의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

공직자 부패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지는 판결문에 그대로 녹아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무엇보다 피고인이 대북송금 과정의 범법행위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최고위공무원들 중의 하나인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 청렴하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망각한 채 2회에 걸쳐 대기업 회장들로부터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문제의 경우 이해관계나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상황논리가 있을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문제이나 공무원으로서 1억원을 알선수재한 것은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정치인은 정치자금 등으로 다소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박 전 장관은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다르며 다른 판결에서도 공무원의 알선수재 혐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따라 박씨에게 선고된 항소심 형량은 사실상 1심보다 무거워지게 됐다.

1심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알선수재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으나 뇌물수수 혐의가 이번에 무죄로 결론났기 때문이다.

한편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이 사회지도층 인사의 범죄 및 부패범죄를 엄벌하는 추세 속에서 이번 판결이 났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사 범죄의 단죄가 엄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