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칼럼] 아직 ‘가식적 헌법’ 못 벗어난 김정은 헌법

김정은 일인지도체계 노골적 강화...경제 분야선 현실 반영한 듯

김정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3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 당시 김정은 태양상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19년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개정되었다는 사회주의헌법의 내용이 7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이미 지난 3월 10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북한 헌법의 개정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도층의 변화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 변화에 대한 예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의 개최는 김정은 집권 2기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과거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최고인민회의 당연직 대의원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7월 사망 때까지 제1기에서 9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1982년 7기 대의원에 당선된 후 2011년 사망할 때까지 대의원직을 유지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4년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1948년 북한의 1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70년간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 출마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신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개정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지칭한 데에서 국무위원장에게 국가의 대표 자격, 즉 대외적 국가수반 지위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북한의 이번 헌법개정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2012, 2013, 2016년 개정에 이어 4번째로 이루어진 것이다. 개정의 폭은 크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헌법의 총부문은 171개 조문으로 한 개 조문이 줄었다. 유명무실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을 폐지하면서 기존 제114조를 삭제하였기 때문이다. 그밖의 기존헌법의 서문과 제6장으로 구성된 구성체계에는 변화가 없다.

이번 헌법개정의 주요한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문의 개정이다. 헌법전문의 규범성은 그 법적 의미부여의 견해에 따라 나뉘고 있다. 북한 헌법의 서문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업을 기리고 수령체제 및 그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찬양하고 있어 헌법의 규범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체제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강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먼저 2016년 개정에서 삭제한 ‘위대한 수령’과 ‘위대한 령도자’라는 수식어를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호칭으로 다시 붙여졌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권력의 원류가 선대(先代)에 있으며 그 핵심적 권력체제로서 수령체제의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은 과거사로 흘리고 현세의 수령이 김정은임을 명백하게 표명하고 있다.

서문의 첫 문장에서 ‘사회주의조국’을 ‘사회주의국가’라고 변경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명실공히 북한이라는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위엄을 보이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시대에서 강조하고 있는 우리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민족성보다는 국가성 강화라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에 유일무이한 국가 실체’라는 표현에서도 재차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서문의 내용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북한의 지도사상으로 주체사상과 함께 명기된 선군사상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선군사상은 군을 중심으로 한 권력체제를 구축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이데올로기이다. 김정은은 당 중심의 권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실구도와 통치이념이 두 개이기보다는 주체사상을 그대로 내세우는 것이 통치에 있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태양’이라는 세속적인 찬양문구를 삭제하고 선대의 국가창업과 국가건설 위업을 칭송하는 구절을 삽입하여 선군사상 삭제를 위무하고 있다. 서문의 개정은 비록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이 ‘김일성-김정일헌법’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보다 ‘김정은헌법’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회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둘째, 정치부문의 개정이다. 먼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라고 헌법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이라고 선언하고 있다(제3조). 기존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변경되고, “자기 활동의 지도적지침으로 삼는다”는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고 표현이 바뀌었다. 문면상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폐기이며, 북한의 국가활동의 지도이념으로서의 지침임을 보다 명확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미 주체사상이 김일성주의(Kimilsungism)이라고 표현되어 온 만큼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인민주권의 소재에 관한 규정에서 근로인테리를 지식인으로 변경하였다(제4조, 제8조). 근로인테리는 구소련에서 비롯한 사회주의국가에서 사용한 용어이며 과거 프로레타리아독재라는 문구의 낙후된 공산주의시대의 인상을 없애려는 의도이다. 더욱이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차원에서 보다 확대된 주권자로서의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아울러 국가의 군중노선의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되어 왔던 ‘청산리정신, 청산리방법’을 삭제하였다(제13조). 김일성이 교시한 대표적인 경제관리체계로서 북한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혁명적 사업추진의 방법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북한의 경제체제의 변화를 반영하고 기존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배제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청산리정신과 청산리방법이 사회주의 개조를 위한 중요한 지침이었는데 이를 삭제한 것은 분명한 북한사회의 변화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부문의 개정이다. 북한헌법의 경제조항의 개정은 1998년 개정 이래 20년이 넘어 이루어졌다. 그동안 변화한 북한경제 상황에 비해 헌법상 경제조항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와 자립적 민족경제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경제운영상 방법에 큰 변화를 보여준다. 먼저 주체경제의 완성을 위해 강조해온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에서 ‘정보화’를 추가하였다(제26조). 현대 국제경제체제의 특징을 반영하고 첨단과학기술의 확보와 발전을 추구하는 정책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술혁명의 완성을 위해 과학기술력을 강조하고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제27조).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과학기술의 개발과 혁신에서 찾고자 하는 방침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경제지도관리방침에서 실리보장으로 연결된다(제32조). 경제건설에서의 실리와 실용적 접근을 헌법적 원칙으로 반영한 것이다. 보다 자본주의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그간 사회주의경제관리원칙인 대안의사업체제의 삭제와 경제관리운영에서의 내각주도의 역할을 강조한 것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나타난다(제33조 제1항). 아울러 국가경제관리에서의 “대안의 사업체계의 요구에 맞게 독립채산제”도 삭제하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변경하였다(제33조 제2항). 이미 북한은 협동농장과 기업소의 체제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고, 농장법과 기업소법은 이러한 현실적 조치들을 반영하여 법률을 개정하고 있었다. 경제관리원칙으로 제시된 대안의사업체계의 폐기는 헌법현실과 규범의 괴리현상을 일부나마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대외무역에 관한 조항을 보다 현실적으로 변경하여 대와경제관계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제36조). 북한 경제발전의 주요한 동력을 대외무역에서 찾고자 하는 북한의 정책적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원산구두공장
원산구두공장. / 사진=조선의오늘 캡처

넷째, 문화부문의 개정이다. 전반적으로 인재양성의 원칙과 방법을 현실에 상응하게 개정하였다. 먼저 “온 사회의 인테리화한다”는 대목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친다”라고 변경하였다(제40조). 앞서 언급한 근로인테리의 용어의 순화와 상통하면서도 과학기술분야의 인재양성이라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기술자, 전문가를 과학기술인재라고 변경한 것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제46조). 사회주의적 민족문화건설의 원칙도 “복고주의적 경향 반대”라는 표현을 “주체성, 력사주의, 과학성 원칙”이라는 용어로 변경하였다(제41조). 전반적으로 과학기술과 교육을 강화하는 김정은정권의 교육목표를 헌법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제50조).

여기서 사회주의교육학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후대들을 ‘혁명가’에서 ‘애국자’라고 변경하고, “주체형의 새 인간”을 “사회주의건설의 역군”으로 변경하여 표현(제43조)한 점이 주목된다. 주체사상의 구현을 위한 방법에서 순화된 표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혁명가와 주체형의 새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을 현실적으로 변경하여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로써 “보건부문에 대한 물질적 보장사업의 개선”을 명시하여 제시하고 있다(제56조).

다섯째, 국방부문의 개정이다. 북한의 무장력의 사명이 “김정은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고”라는 대목을 변경하여 김정은 당위원장의 결사옹위라는 일인지배체제를 수호하는 것임을 적시하였다. 노동당의 일당독재체제와 김정은의 일인지도체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헌법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당독재와 김정은체제 보위가 인민보다 우선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섯째, 국가기관체계의 개정이다. 북한은 이미 국무위원장의 무소불위의 권력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번 헌법개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위와 위상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헌법상 권한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있다.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라고 명시하였다(제100조). 이번 헌법개정으로 이른바 국가수반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국무위원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전술하였듯이 정상국가로서 북한이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현실적으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에서의 국가원수로서의 북한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헌법적 지위에 있음을 정당화하는 조치인 것이다. 아울러 국무위원장은 “전반적무력의 최고사령관”이라는 호칭을 “무력총사령관”이라고 변경하였다(제102조). 국무위원회의 임무와 권한도 국가의 중요정책의 토의 결정에서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제109조 제1호). 이로부터 북한에서 국가중요정책 중 국방건설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국무위원장의 위세는 북한 법령체계에서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헌법 다음,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앞에 있다고 변경한 것에서 알 수 있다(제116조 제6호). 한편 북한에서 정권 원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설치하였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 제도는 유명무실하여 삭제하였다(제91조 제8호, 제114조). 이러한 개정도 김정은체제의 공고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해당한다.

김정은_잠수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잠수함을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러한 개정에 비추어 기본권조항은 변화가 없다. 고작 ‘불구로’라는 표현을 ‘신체장애’로 라고 바꾼 것뿐이다. 대외적으로 북한이 인권보호를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이번 헌법개정은 김정은체제의 보다 강고한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무위원장의 권한 강화와 권력체제 공고화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업을 강조하되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현실의 권력이 김정은에게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권한과 지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는 것이 북한 무장력의 사명이라고 규정한 것은 인민의 군대이기 보다 권력자의 지위를 보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헌법개정이 김정은 일인지배체제의 헌법적 제도화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일찍이 칼 뢰벤슈타인은 헌법의 현실과 규범의 일치도를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가장 현실과 규범이 일치하는 헌법을 규범적 헌법이라하여 선진 민주국가의 헌법을 지칭하고, 그다음이 명목적 헌법, 현실과 규범이 불일치하는 독재국가, 공산국가 헌법을 장식적(가식적) 헌법이라고 하고 의복으로는 가장무도회의 보여주기식 의상에 비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북한헌법은 여전히 장식적 헌법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 헌법은 인민 다수의 의사에 따르기 보다 여전히 일인 권력자의 힘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조항의 일부개정은 북한 경제현실을 반영하고 북한사회의 변화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진하나마 이에 기반한 전반적 체제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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