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전 장관 “김정일 요즘 자신감 있는 태도 없어져”

6자회담 올봄 재개 예상…경제개혁 보완조치 곧 발표도 예상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은 17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핵협상 의도가 “진지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핵 6자회담이 올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 강연과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또 최근 ’북한의 시장경제 개혁 포기’ 관측을 부인하고 “일단 중단시켜 놓고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고 7.1경제개혁 조치를 성공시키기 위한 보완책을 아마 곧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김 위원장 입장에선 “지난 수년간 북한이 중국에 요청한 경제지원을 빠른 시일내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선 6자회담을 “빠른 시일내 회복시키도록 설득하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박 전 장관은 추측했다.

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중국 남부 방문설과 관련, “중국 상하이 방문후 신의주를 IT(정보기술) 중심 도시로 만드는 방안을 연구토록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도 신의주와 나진.선봉 특구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중국의 협조를 받아서라도 풀어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협상 의지 여부 논란과 관련, 박 전 장관은 “북한이 핵카드와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간 교환을 진지하게 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제4차 6자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성명 내용이 “북한의 진정한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연 후 질문에 박 전 장관은 “여러차례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협상 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읽었다”며 “특히 지난해 6월 만났을 때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김일성) 말을 하면서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선 이것(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체제보장도 받아야 될 것 아니냐’는 뜻을 얘기하는 게 단순히 전술로만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분석의 배경으로, 현재 교착상태인 핵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는 게 북한으로선 분명히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많다”고 지적하고 또 “북한의 음울한 경제사정은 북한이 전쟁 모험을 무릅쓸 처지가 아님을 뜻하며, 한국, 중국, 일본으로부터의 경제협력도 큰 소동(disturbance)이 없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장관은 “6자회담은 중국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큰 차질없이 금년 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하고 위폐 문제에 대해선 “6자회담과 다른 문제로, 미국과 북한간, 그리고 어느 정도 중국이 끼어있는 문제이므로 3자 사이에서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대미 대화(engagement policy with Washington)로부터 얻을 이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미 제안을 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며 “확산방지구상(PSI)의 일환으로서 대규모 제재나 북한 선박에 대한 정지(interdiction) 조치 등은 큰 갈등 혹은 재난상황을 촉발할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공개적으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 편을 드는 모습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은 늘 막후에서 미국과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하고, 북한의 대한 의존 심화에 따른 한국의 대북 “지렛대”를 적절하게 사용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지역 긴장완화와 북한 경제여건 호전을 위해 긴요하긴 하지만 “일북관계 정상화 후 예상되는 일본의 대북 지원에 비하면 왜소하다”고 일본 역할의 중요성도 지적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대북 국제개발자금 지원에 미국의 승인이 긴요한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양측이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북한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7.1경제개혁 조치와 그 후속조치를 통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가치관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개인주의와 경제적 합리성 등 사고방식의 ’개혁’을 겪고 있고 집단주의와 이념은 퇴조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러나 투자, 에너지, 자원 등의 부족 때문에 이러한 개혁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 지도부 변화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정부, 군부, 국영기업체의 최고위층에 40대와 50대의 진출이 두드러져 세대 교체(shift) 신호가 뚜렷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도전없는 김 위원장의 권력 위상은 불변이며,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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