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경남대 총장 일문일답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25일 제25차 윤이상음악회(10.18-21) 참석 차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핵실험과 미국의 금융제재를 보는 북한의 입장을 전했다.

박 총장은 북한이 미국의 선(先)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측 관계자로부터 “현재로선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대북 포용정책은 계속돼야 하며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방북 기간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강능수 문화상, 최창일 문화성 부상, 김병훈 문예총 중앙위원장, 주진구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 우승남 윤이상음악연구소장 등 북측 관계자 20-30명을 만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총장과 일문일답.

–‘김정일 체제’ 공식 출범 8년째로 접어든 올해 북한 체제의 견고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그 동안 북한 경제가 어려웠고 설상가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까지 통과돼 여기저기서 북한이 곧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고 친중(親中) 군부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하나의 설(說)이다.

지난 8년 간 경제적인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매우 단단한 체제를 이룩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은.

▲대남정책을 책임진 한 관계자는 “반기문 남측 외통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은 우리 민족이 아주 위대한 민족임을 보여준 것이다. 축하할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발전 뿐 아니라 한반도, 동북아 평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 나온 사무총장 보다 북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였다.

–핵실험 후 북·중, 북·러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핵실험 발표 후 여러 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 북핵 문제와 관련, 북·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수출이나 기술 이전에 대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핵기술 이전이나 현금 차관 등에 대해 제재 차원에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지만 생필품 및 에너지 지원은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 접견시 제시한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은.

▲미국이 먼저 금융제재 해제의 뜻을 밝히라는 것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있으면 돌아오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북측은 미국의 진의를 알아보고 싶어한다.

정말 제재를 해제할 것인지, 6자회담 테이블에 돌아가는 것만으로 해제할 것인지, (회담 복귀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목을 죌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북한은 그만큼 미국을 불신하고 있다.

선(先) 금융제재 해제, 6자회담 안에서 금융제재 문제 논의 등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이 조금만 금융제재 해제의 뜻을 밝히면 빨리 6자회담 돌아오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탕 국무위원의 방북 성과는 어떻게 보나.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한과 중국이 큰 결심을 해서 북한, 미국과 해결의 접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가 핵실험 계획에 대해 들은 바는.

▲”현재로서는 준비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핵 문제를 놓고 미국이나 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이름으로 더 강한 제재를 가해 북측의 목을 죈다면 더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로 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처리에 대해 밝힌 것이 있는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퍼 주고 미사일과 핵으로 돌아왔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당시 주무장관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핵 문제가 잘 풀려 다시 조정된 ‘남북 화해협력 정책’이 추진됐으면 한다.

북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것(경협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인건비나 시설에 들어가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돈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우리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수익금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지, 아는 데 못 밝힌다는 뜻은 아니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파견 등 전망이나 필요성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하다면 특사를 파견하고 정상회담도 해야 한다.

그러나 북측이 자기들의 이익에 꼭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마음대로 될 수 없는 문제다.

정말 양측의 국익을 위해, 임박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성을 느낀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핵문제로, 미국과 샅바를 잡고 모든 것을 거기다 쏟고 있다.

특사 파견이나 정상회담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향후 5년 내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 북한 경제가 어렵고 외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지만 붕괴 사태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

북한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모든 힘이 김 위원장 손에 있다.

급작스런 통일도 확률이 낮고 하나의 환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 전 세 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 국민소득 격차를 적어도 5대1 수준까지는 좁히고, 대규모 통일 대비 기금을 마련하며, 남북·남남·북북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급작스레 통일이 되면 위기가 계속될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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