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주가 左右 모두에게 환영 못받는 이유

최근 우파 사회단체 인사들을 만나보면 ‘모욕감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최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에 임명된 박인주 평생교육원장 때문이다. 박 원장은 6.15공동선언 남북공동위 남측대표를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교육협회 의장을 지냈다.


이라크 파병 반대와 친북세력이 주도한 ‘KOREA→COREA’ 국호개정 운동에도 앞장섰다. 좌파정권 하에서 햇볕 찬송가를 부르며 권력의 단물만을 삼켜온 인물이 정부의 시민사회 정책의 컨트롤타워에 임명됐다는 점에 우파인사들의 공분이 모아지고 있다.


좌파진영에서도 그리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경향신문은 박 원장 임명과 관련 “세대교체는 결국 이 대통령의 측근들을 배치하는 명분에 그쳤으며, TK(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을 사회통합수석에 임명하는 등 쇄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박 원장을 다른 인사와 함께 거론하면서 “인사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정책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반노동, 반서민, 친재벌, 친부자 성격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장의 인선 과정에서는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 손봉호 전 공명선거실천시민단체협의회 대표 등 사회원로들의 추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서영훈 이사장은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오래해 온 ‘흥사단맨’으로 포용력과 세상을 보는 공정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6.15 실천 공동위’ 관련 활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 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시민사회단체 간부는 “박 원장은 기본적으로 보수적 시각을 가졌다. 6.15 관련 활동을 했다고 해서 좌파적 색채가 강한 인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13대 국회 당시 김덕룡 의원 지구당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도산아카데미’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국회의원 시절 선거기획단장을 역임했다. 1996년 당시 ‘MB 대통령 만들기 문건’이 공개돼 물의를 빚을 때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6.15 관련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된 것에 대해 “박 원장이 직설적이고 자기 원칙이 강하다 보니 보수적 성향 인사들과 정서적 거리감이 존재했던 것 같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단체 내 진보성향 인사들과 손을 잡았고 결국 김대중 정부 이후 6.15 활동에도 적극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집중 비판을 받고 있는 6.15 관련 활동은 실제 정치적 타산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구(舊) 여권의 핵심참모 역할에서 시민단체 대표로, 좌파 정권 하에서는 햇볕정책 전도사로, 다시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청와대 핵심참모로 진출한 박 원장에 대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도 할 수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오렌지 좌파’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박 원장이 사회통합수석에 임명되자 좌파진영에서조차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파 인사 상당수가 이번 사회통합 수석 인사를 거치면서 더 이상 이명박 정권과는 우파 이념을 공유하기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 동안 측근정치와 우파 집단에 대한 홀대가 폭발하는 형국이다.


서정갑 씨와 같은 행동하는 우파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도 실망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를 ‘중도 실용’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굳이 같은 배를 탈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김문수-박근혜 구도로 후일을 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이념적 갈등은 매 사안마다 표출하고 있다. 좁은 나라에서 정권의 향배에 따라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너무 많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좌우 문제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선다. 천안함 괴담과 행정수도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좌우 문제는 진실의 문제이자 국가발전과 직결돼 있다. 우파 인사들은 이명박 정권이 ‘오렌지 좌파’를 끌어들여 좌파단체의 뒤를 봐주면서 이념문제를 적당히 덮어두고 갈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박인주 원장의 사회통합수석 내정과 관련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신임 선언’을 하겠다”고 경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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