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北, 美에 책임전가 위해 힐 차관보 초청한듯”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일 오전 11시쯤 판문점을 경유해 육로로 방북했다.

이번 방북은 북한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북한은 이번 주 중 재처리 시설에 ‘사용후 연료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초청 의도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힐 차관보는 협상 파트너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핵 신고서 내용을 검증할 원칙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핵시설 불능화 복구 작업이 어느 상태까지 추진되고 있는지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 일행의 방북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증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검증의정서에 반영하되, 형식적인 면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미국이 북한측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들은 “힐 차관보가 샘플 채취와 미신고 시설 방문 등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소 유연해진 협상안을 들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이 검증의정서를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의정서를 받고 이를 참가국들이 회람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달 28일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검증체계 구축방안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중국에 검증계획을 제출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북한이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힐 차관보가 방북한 1일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실시했던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힐 차관보의 방북 이후 핵시설 복구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나아가 핵실험 재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 대선국면에서도 북핵 문제가 큰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다.

한편, 방북에 하루 앞선 지난달 30일 한미 수석대표는 검증의정서 합의를 위해 북측에게 어떤 애기를 할지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측의 핵시설 원상복구 조치와 관련, 실질적으로 재처리 시설이 재가동될 경우 2단계는 물론 1단계 조치까지 원점으로 되돌리는 중대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엄중함을 북측에 전달할 것을 합의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여러 가지 행동들은 미국의 어려운 국내외 상황을 활용해 압박을 가함으로써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은 그마나 외교적으로 풀려나가던 북핵 문제마저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미국의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힐을 초청한 목적에 대해 “우리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고 싶은데 미국이 약속을 위반하고 새로운 검증조치를 제시해 문제를 더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10·4선언 1주년을 맞아 한국에도 대화 중단의 책임을 떠넘기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힐 차관보의 입장에서는 두리뭉실한 약속이라도 받아내서 상황을 모면하고 싶겠지만, 미국과 북한 양국 모두 현재 입장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한 큰 양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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