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경제노선’ 거품일까, 개혁 신호탄 될까?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움직임, ‘달러유입 창구’였던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 춘궁기(春窮期) 시작 등 북한의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 되는 시점에서 ‘개혁개방 성향’으로 평가받는 신임 박봉주 총리가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등장 한 달 활동으로 성적을 내긴 성급하나 일정 부분 개혁적인 움직임들도 포착되고 있다. 동시에 체제 안정이 우선시되는 김정은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그의 설 자리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봉주는 2002년 임금인상과 경영 자율성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고안해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긴 바 있다. 그 뒤 한직을 맴돌다 김정은 시대에 당 경공업부장으로 복귀, 지난달 1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를 통해 내각 책임자에 임명됐다.


박봉주에게는 김정은이 작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언했던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공언과 핵-경제 병진노선을 실현해야 할 책임이 뒤따른다.


북한매체 보도에 따르면 총리 선출 이후 이달 6일까지 박봉주가 협동농장, 기업소 방문 등 경제 관련 현지시찰에 나선 것은 네 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업과 농업의 관리 방안을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3일 “(박봉주의 실태 점검이 끝난 후 현지에서는)새 세기 사회주의 경제 관리의 요구에 맞게 경영전략을 옳게 세우고 기업관리, 노력관리를 합리적으로 짜고들 데 대한 문제가 토의됐다”고 전했다.


특히 박봉주는 농사실태를 점검하면서 협동농장이 선진영농방법을 받아들이고 분조관리제의 우월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분조관리제 우월성 선전은 1980년대 이전으로 오래됐지만, 지난해 북한이 시행을 준비했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인 ‘6·28방침’에서 소규모 단위 분조관리제 시행을 주요 내용으로 했던 만큼 본격적인 분조 축소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난해 농업개혁 시범지역에서는 올해부터 협동농장의 땅을 각 분조별로 분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전국 확대 실시에 대해서는 추가 소식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북 소식통은 “모내기 전투를 마치고, 본격적인 농장원들의 관리가 필요한 6월 중순부터 분조관리제 시행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조선(북한)의 정책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인식이 팽배해 정책이 시행된다 해도 한해 농사를 끝마치고 농장원들 수중에 차려지는 몫을 보고 새로운 정책시행을 믿기 시작할 것이다. 시행되는 지역의 주민들 역시 정부 정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장 올해 시행을 결정해도 가을 수확에서 획기적인 증산을 기대하긴 힘들고, 내년에 가서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양강도에 새로운 경제개발구로 선정하고 중국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도 나왔다. 나선, 황금평 등과 마찬가지 형태로 중국과 합작 투자를 타진 중이라 것이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기반시설 미비와 통신 통행의 불편, 북한의 기업 재산 일방 몰수 등의 관행이 시정되지 않으면 특구개발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노동자를 전원 철수시킨 사례도 북한에겐 유리할 게 없다.


핵-경제 병진 노선과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는 김정은의 경제관 역시 박봉주의 경제개혁 추진과는 애당초 ‘엇박자’를 내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무력 증대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불가피한 것으로 최근 우방인 중국도 이에 대한 ‘채찍’을 들고 나섰다.


박봉주 스스로도 2002년 7·1조치 시행 이후 체제 위협을 초래했다는 책임을 지고 실각됐던 경험이 있는 만큼 경제정책에서 북한경제 회생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경제 드라이브를 시행하는 데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것이 박봉주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내부의 새로운 경제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적대국과의 경제협력인 개성공단 운영이 내부 단속에 위협적이라고 판단,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과의 경협은 줄이고 중국과 본격적인 교역을 강화하는 목적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