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4일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북한 문제로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를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만나 한국에서의 남북한 축구경기 개최를 합의하고 귀환해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 전 대표에게 경기 개최를 요구했다.
정 전 대표는 그러나 프로축구 경기 일정이 빡빡해 협회가 마음대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집할 수 없다는 사정을 조중연 전무를 보내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자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했지만, 박 전 대표가 고집을 굽히지 않아 결국 각 구단에 통사정해 대표팀이 소집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날에도 박 전 대표는 정 전 대표에게 김정일과 합의사항을 내세우며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관중이 ‘한반도기’가 아닌 ‘태극기’를 든 것과 붉은 악마가 ‘통일조국’이 아닌 ‘대한민국’을 외친 것을 놓고 ‘북한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항의했다는 것. 정 전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9월 당 대표 취임 직후 박 전 대표와 국회 커피숍에서 50분간 단독 회동한 이후 불거진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회동을 끝내고 나오는데 기자들이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가 도울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며 “몇 달 후 박 전 대표는 이 일에 대해 항의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고 회고했다.
정 전 대표는 20여 년간 정치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단일화 지지를 철회했던 때를 꼽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한미 동맹을 긍정적으로 잘 관리한다고 했었는데 선거전 마지막 유세에서 한미관계를 뒤집었다. 선거 하루 전날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노 후보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데다가 국민들에게 거짓말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저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