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북 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이 밝힌 대북정책은 남북 신뢰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축약된다.
이번 구상은 이명박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경색의 가장 큰 원인이 상호 신뢰 미구축이라고 보고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신뢰 구축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힌 ‘신뢰외교’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은 “남북 간의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를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냉전이 끝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남북한은 기초적인 신뢰조차 쌓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간 신뢰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 남북한 신뢰 구축 ▲국제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남북관계 모색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 되도록 여건 조성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북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적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북간 신뢰를 어떠한 방법으로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지렛대에 대한 명확한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강조한 지속적인 남북 인도적 교류와 지원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박 전 위원장은 “안보는 확실하게 다지면서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안보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인 외교안보 콘트롤 타워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우리가 기대하는 상호 신뢰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 세습 등 독재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김정은이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전 위원장이 북한 체제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내년에는 북핵, 인권, 내부 문제가 국내외적 훨씬 크게 이슈화돼 대북정책을 새롭게 하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의 독재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한 남북 간 신뢰구축을 형성한다는 것은 현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북문제 전문가는 “이번에 ‘한반도 통일’을 언급했다는 것은 (대북정책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통일이라는 게 궁극적으로 남북한 주민이 같이 살아가는 것인데 북한 주민의 인권이나 개혁·개방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의 변화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박 전 위원장의 철학과 비전이 구체적으로 제시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