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한국 및 주변국과 신뢰를 쌓도록 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힌 신뢰외교의 후속편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확고한 안보의 바탕위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감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길잡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을 위해서는 서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남북한이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아울러 어떤 상황에서도 군사적 도발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적 문제나 호혜적인 교류사업은 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남북한 당국자 사이에 대화창구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상시적인 대화를 통해 남북한 주민 간의 호혜적인 교류사업을 논의하고, 한걸음 한걸음 상호신뢰를 쌓아 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 간 신뢰가 진전되면 보다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과 북한의 인프라 사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러한 대규모 협력사업은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북한은 스스로 변화하는 것만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안정도 기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동시에 우리의 대북 정책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북핵문제 해결과정을 촉진시켜 줄 것이며, 북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신뢰프로세스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내다봤다. 또한 북한의 올바른 선택과 우리의 협력이 함께 할 때 남북한이 공동 발전하고, 한반도가 동북아를 넘어서 세계평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북한 핵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안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단계로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지금 한반도는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으로 불신이 깊어진 남북관계를 조속히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남북간 입장 차이를 극복한 구체적인 복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개혁개방 정부로 바뀌지 않고 핵 선군정치와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한 남북간 신뢰구축 얘기는 과거처럼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박 위원장의 구상에 북한을 변화로 이끌 방법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