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對北정책 키워드 ‘신뢰’ ‘균형’ 제시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3일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실린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A New Kind of Korea)’라는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통일·외교·안보정책 구상을 밝혔다.


지지율 1위의 대선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북관·안보관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이번 기고문에 쏠린 관심이 높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주요한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외국 학술지를 통해 자신의 대북정책 방향을 공개화 했다는 점에서는 논란도 일고 있다.


또한 대북정책에 있어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실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기고문을 통해 밝힌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키워드는 ‘신뢰외교(Trustpolitik)’와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이다. 박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균형정책’은 틀린 것을 고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남북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의미에서 ‘Balance’가 아닌 ‘Aligment’라는 영어 표기를 사용했다. 


박 전 대표는 ‘신뢰외교’와 관련 “국제적 규범에 근거하여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신뢰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역대 한국 정부들은 강온 기조를 오가며 대북 정책을 전개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한국은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동시에 비판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이제는 새로운 정책, 즉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이 필요하다”면서 “균형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권이 바뀌거나 예기치 못한 국내외적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기본틀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균형정책은 단순히 강경과 유화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간 안보와 교류협력 사이의 균형,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의미한다.


또한 ‘균형정책’은 북한의 군사도발 등 단호한 입장이 요구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매우 개방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균형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 한국은 먼저 북한의 점증하는 폭력적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하고 신뢰할만한 억지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서 “군사적 도발과 핵 위협으로는 오직 가혹한 대가만을 치룰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접근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대남도발이 반복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도 단호한 접근이 더욱 분명하게 강조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협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신뢰할만한 억지, 끊임없는 설득, 그리고 더욱 효율적인 협상 전략 등을 적절히 조합해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생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군사주의와 핵개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뢰외교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위반사항을 망각하고, 다시 새로운 인센티브를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신뢰외교의 두 원칙으로 ▲북한이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기고문은 박 전 대표가 외교·안보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거쳐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문 작성 과정에 노무현 정부 후반기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윤병세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