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새누리당 18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그의 대북정책 구상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남북 신뢰 구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달 10일 대선출마 선언 당시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일맥상통한다.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만큼 구체적인 대북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는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 정책 과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었다.
박 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남북간 ‘신뢰구축’이다. 하지만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신뢰’는 대북정책을 풀어가는 데 하나의 수단일 뿐 근본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이번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선출마 당시 “반드시 평화통일을 이룩해서 독재에서 굶주리고 신음하는 2천4백만 북한 주민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통일의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명문화하거나 과감하게 ‘남북대화’도 제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묻지마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반도 통일의 한 주체인 북한 주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17,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북한인권법’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박 후보가 밝힌 대북정책은 수단만 있을 뿐 목표가 없다”며 “대북정책의 방향은 ‘대북통일정책’이라는 점을 밝히고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대화를 갖자고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뢰구축을 위해 인도적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일방적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직 (대북정책이)미완성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통일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 주민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하고, 인도적 지원이나 인권문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밝힌 대북정책은 지난 DJ·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함축된다. 박 후보가 보수층 지지 기반을 결집시키면서 민주당 후보들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을 보다 구체화, 선명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민주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햇볕정책’은 수학문제로 치면 정답을 풀어야 하는데 오답을 내놓고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이런 정책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자칫 민주당의 공세에 밀릴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