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으로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임명하자,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그리고 우파언론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내용인즉 윤 대변인이 지난 1년 써온 컬럼이 강성 우파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 좌파지지 국민을 배척하며,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한 윤여준, 정운찬, 김덕룡 씨를 ‘정치 창녀’라고 비판한 것은 이 분들이나 창녀 모두를 모욕하는 것으로서 한계를 넘어선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한 전체 유권자의 36%를 포용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과도 배치된다는 비판과 불만이다. 정말 그럴까?
윤 대변인은 북한의 수령체제와 야권연대의 친북, 종북 성향을 강하게 비판하여 왔고, 같은 맥락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 및 문재인 전 후보의 남북경제연합을 통한 남북국가연합 구상, 즉 ‘햇볕정책 2.0’ 내지는 ‘2013체제’를 매우 강력하게 비판하여 왔다.
핵보유국임을 천명한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도발을 계속하는 한, 6.15나 10.4선언의 이행을 통한 대북 경제지원은 대한민국의 체제를 위협하고 북한 정권의 수명만을 연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판단하는 우파 세력을 윤 대변인은 대변하여 왔다.
다른 한편 박 당선인의 대북-통일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비록 조건적이지만, 지난 정권들의 대북정책을 전면 부정하지 않고 북한정권과의 합의 사항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6.15와 10.4 선언 이행도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신뢰구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강성 우파’라 불리는 윤 씨를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이유는 마치 김종인 씨를 우파의 강한 비토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중용하여 좌파의 급진적인 경제민주화 및 보편복지 공세를 막아낸 것처럼, 윤 씨를 좌파의 강한 비토에도 불구하고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하여 박근혜식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우파의 강한 비판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박 당선인은 1991년 남북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준수를 북한정권에게 요구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02년 제2차 핵위기가 생긴 이래 10년간 실패해온 국제사회의 북한 핵포기 노력을 ‘남북합의 내용 모두 지키기’를 통해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좌파도 일부는 환영하고 일부는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며, 우파도 강한 비판을 하지 못하면서 일부는 찬성하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 그것을 국민대통합의 하나로 볼 것임이 명백하다. 박 당선자는 윤 수석대변인이 바로 이런 대북정책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에 적임자라고 본 것 같다.
물론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정권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세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령체제’, ‘핵과 미사일’ 그리고 ‘개혁개방불용’이 그것이다. 북한정권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길고 남한 정권은 짧다’라는 슬로건 하에서 경제지원은 빼먹고 위의 세 가지는 유지하기 위해 북한 정권은 온갖 술책을 다 쓸 것이며, 분명 여러 번의 대남도발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포용 의지도 시험할 것이다.
아마 박 당선인는 이럴 경우 강한 대북응징과 함께 윤 대변인의 ‘대북 이빨’이 쓸모가 있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박 당선인이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는 없다. 야당이나 좌파 언론이야 그렇다 치고, 새누리당이나 우파 언론은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