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표 얻고자 당 색깔 바꾸는 것 반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3일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틀을 바꾸려는 것과 관련해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당의 기본 색깔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의장은 “한나라당이 반통일적·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여론에 떠밀려 입장을 변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이기도 한 그는 이날 북한연구소 초청강연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은 현재 미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당이 중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에(대북정책 변화에) 대해 반박했지만 (한나라당은) 적절히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대선에서도 반미 촛불시위를 하는데 노무현 후보가 가면 득표 요인이 되지만 이회장 후보가 가면 감표 요인이라고 주장했었다”며 당의 기본 이념과 노선에 어긋나는 변화에 대해 경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대북정책이 변화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전 의장은 “‘2.13 합의’ 이행조치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열려 북미간 직접대화가 있었다”며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어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를 핵협상에서 배제하려는 북한에 대단히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최종 목표는 ‘제한적 핵무기 보유’”라며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미보유 ▲핵물질과 핵기술 비이전 ▲주한미군 인정 ▲중국 견제를 미국에 제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도 이를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미국은 북한 핵을 용인하면 이란 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마지막에는 미국과 북한이 시간 끌기만 할 것”이라면서 “지금 미국은 핵폐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진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북한 핵은 김정일 자체가 돼버렸다”면서 “북한은 마지막까지 핵보유국이 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6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의장은 지난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16대 국회의장을 역임, 현재는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