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인권대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北인권국제대회 준비위 홈페이지

<북한인권국제대회 준비위원회>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울 신촌의 한 오피스텔. 10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 4개, 회의 테이블 하나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전세계 인권운동가들과 정부관계자, 각계 전문가들이 총집결하는 대규모 행사에 비해 사무실은 수수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도 작은 공간에 열기는 뜨겁다. 곧 있을 행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외부인사 초청을 담당한 관계자의 책상 옆에는 국내외 인사와 단체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상황판이 걸려있다.

앨머 브락 유럽연합 외교위원장, 피터 애커맨 프리덤하우스 총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영국 국제기독연대의 엘리자베스 바사 변호사, 나까가와 마시하루 일본 민주당 중의원, 나탄 샤란스키 이스라엘 전 내각장관,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 회장……. 단체로는 헬싱키협회, 휴먼라이트워치, 국제난민협회, 허드슨연구소, 한인교회협의회, 종교자유위원회, 일본 납북자가족협의회, 북송자돕기협회…….

이런 인사와 단체의 이름 옆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다. 국내 저명인사들의 이름 옆에도 참석이 가능하다는 표시가 쭉 이어져 있다.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등의 이름 옆에도 ‘초청장 발송’, ‘일정 조정 중’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한 켠에 응답없음, 출장예정, 난색표명 또는 물음표(?) 표시가 된 명단이 쭉 이어진다. 한국의 외교통상부장관, 통일부장관, 국가인권위원장, 인권대사들의 이름이 보인다. 이번에 정부차원에서 참석하는 사람은 외교통상부의 부국장급 간부 한 사람뿐이라고 한다.

유엔총회 결의안도 ‘미운놈 때리기?’

그 기간 출장 중이라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박경서 인권대사가 어제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몇 개의 자칭 ‘진보 인권운동단체’가 공동주최한 조촐한 세미나였다. 참석자는 10여명 남짓, 주제는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었다.

▲ 박경서 인권대사

물론 인권대사가 꼭 큼지막한 행사에만 참석하란 법은 없다. 크든 작든, 유명하든 이름없든, 인권의 목소리가 있는 현장에 달려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인권대사의 할 일이리라. 그런데 박경서 인권대사가 북한인권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바 없다.

어떤 이유 때문에 어제 세미나에 참석했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 하신 ‘말씀’이 참 의미심장하다. <통일뉴스>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보자.

“인권을 어느 그룹이 미우니까 때리기 위해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원칙이다.” “(북인권) 국제대회에 가보면 진지한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만 터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지금 전세계가 북한인권을 이야기하고,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고 하는 것이 ‘어느 그룹(?)이 미우니까 때리기 위해 동원’하는 것이라고 진정 생각하시나? 대한민국의 인권대사가 이런 낙후한 말씀을 하셨다는 걸 다른 나라에서 들을까봐 걱정이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국제대회에 가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진지한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라니, 그 국제대회의 이름을 정확히 밝혀주기 바란다. 졸지에 박대사는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진지하지 못한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확인결과 박 대사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나 <프리덤하우스>가 개최한 기존의 어떤 북한인권국제대회에도 참석한 적이 없다.

한가하게 그런 조그만 세미나에 찾아가 ‘한 말씀’ 하고 오시는 박경서 인권대사가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석하거나, 하다못해 준비위 사무실이라도 찾아가 이것저것 묻고 들어보고 조언해 주는 일은 왜 못하는 걸까? 혹시 박 대사의 인권관에 대한 편견과 아집이 섞여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의문을 갖게 한 박 대사의 행보였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