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금강산…對北관광사업 ‘치명타’

금강산 특구 내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숨짐에 따라 대북 관광이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해 현대아산의 대북 관광사업도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남측 관광객이 북측에 억류되거나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은 있었지만 북측 초병에 의해 피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금강산 관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99년 6월에는 남측 관광객 민영미 씨가 북측에 억류돼 40여 일간 관광이 중단됐으며 2004년 10월에는 60대 관광객이 계곡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2005년 12월에는 현대아산 협력업체 직원이 금강산에서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내 북측 초병이 사망하는 사고로, 한 달여간 억류된 뒤 40만 달러의 보상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2006년 2월에는 만물상을 오르던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만물상에서 관광버스가 전복해 남측 관광객 6명이 다쳤으며, 그해 10월에는 구룡폭포 인근에 무룡교의 철제다리가 끊어져 20여명이 추락, 3명이 중상을 입은바 있다.

금강산 지구에서 남측 관광객의 사고가 빈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들에게 허용된 행동반경이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관광객은 숙소, 온천, 해수욕장, 등산로 등 허용된 장소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호기심으로 허용된 장소를 벗어나다 신변에 위협을 겪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철조망이나 펜스로 막혀있기 때문에 출입금지 지역이라는 점을 모르고 들어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금강산 해수욕장 지역도 10일 개장한 곳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주변에 북측의 고성항 마을이 있어 철조망으로 둘러싼 채 북측 초병이 지키고 있다.

당국과 현대아산측은 관광객들에게 금강산 지구가 북측의 관할 구역이기 때문에 밤늦게 숙소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통제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인해 현대아산의 관광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아산은 올 상반기에 금강산 관광객 19만 명, 개성 관광객 6만 명을 유치해 기존 목표보다 20% 이상 초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목표인 40만 명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번에 남측 관광객 피살 사고로 금강산 관광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지난해 수준인 32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들의 불안 심리로 인해 당분간 관광 신청 취소도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망사고가 난 만큼 북한 관광에 대해 신뢰의 문제가 생겼다”면서 “앞으로 예정돼 있는 백두산 관광 사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대아산은 이달 말께 내금강 비로봉을 개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의 여파로 불투명하게 됐다. 또한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개성관광도 정부가 지속 방침을 밝히고는 있지만 관광객들의 불안 심리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새벽 금강산에서의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이날 낮 국회 개원연설 직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금강산 피격사건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 간 전면적 대화 제의 등을 골자로 하는 개원연설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남북 간 비상상황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과연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사태 진상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고, 개원연설은 우리가 앞으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것도 미묘한 시점에 겹쳤기 때문에 이런 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하며 북측에 합동 조사단을 구축하자고 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성실히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북한 내 당국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고, 여전히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인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인해 북측이 남한 당국자의 출입을 허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개성 및 금강산 관광은 기본적으로 남북 당국 간에 체류인에 대한 신변보장 합의서가 있다.

이는 금강산 및 개성 관광지구 내에 형사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이번 사고의 경우 이 합의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양측 당국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