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뛰어내리면 죽는다”..침착한 대응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29일 구조자 가족의 입을 통해 침몰 당시의 처참하고 긴박했던 순간이 전해지고 있다.


생존자들은 ‘생사의 귀로’에 선 순간에도 경험 많은 선임 장병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신입 장병을 침착하게 이끌고, 차가운 바람과 바닷물 때문에 점점 식어가는 체온을 서로 몸 마사지를 해주는 등 ‘뜨거운 전우애’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다음은 부상자 가족의 말을 통해 재구성한 사고 당시의 상황.


◇ 선임병이 살린 의무병 이은수 이병 = “샤워하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출렁거렸어요. 사방은 온통 깜깜해졌어요. 선임병이 침착하게 살 길을 알려주었어요.”
지난 27일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이은수(22) 이병. 그는 당시 생사의 귀로에 섰던 순간을 아버지 이윤원(50)씨에게 이렇게 전했다.


사고 직후 해군2함대사령부로 이송된 아들 은수를 만나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씨는 이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아들을 두 차례 더 만났다.


다음은 이씨가 아들로부터 전해 들은 당시 상황.


지난 1월 10일 의무병으로 입대한 이 이병은 사고 당일 오후(폭발시간인 오후 9시 30분 직전으로 추정) 일과를 마치고 갑판 밑에 있는 목욕실에서 혼자 목욕하고 있었다.


목욕실 옆에서는 이 이병의 동기(전환수 이병으로 추정) 한 명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순식간에 목욕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쓰고 있던 안경까지 없어져 버린 상태에서 이 이병은 어두운 선실 벽을 더듬어 목욕실 밖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빨래를 하고 있던 다른 이병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미처 옷도 입지 못하고 떨고 있던 이 이병에게 한 선임병이 옷을 가져다주며 “얼른 입으라”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이병과 빨래하고 있던 다른 이병의 손을 이끌고 서둘러 갑판 위로 올라갔다.


갑판 위는 선실에서 황급히 탈출한 다른 병사 수십 명 있었다. 일부가 바다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선임병들이 “아직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남았다. 침착하라.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 이병은 선체 후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가라앉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또 선임병들 말고 부사관이나 장교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조대가 큰 배를 이끌고 천안함 근처로 다가왔다. 이 이병은 참수리호라고 했다.


그러나 배가 너무 커서 천안함 가까이 다가오면 충돌할 위험이 있다며 선임병들이 돌려보냈다.


얼마후 해경선이 왔고 해경이 건네준 소방호스를 잡고 갑판 위에 있던 생존자들 수십 명이 침착하게 탈출해 성공했다.


이 이병은 곧바로 해군2함대 사령부로 이송돼 1차 진료를 받고 27일 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 다시는 꿈 꾸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밤이 지났다.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 노모를 모시고 29일 국군수도병원에 찾아온 이 이병의 아버지는 “침착한 선임병들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은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 ‘차가운 몸을 녹여라’..육현진 하사 = 사고 당시 육 하사는 선체 뒤쪽에 있는 체력단련실에 가서 운동하려다 그냥 자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날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안경도 벗어 놓고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순식간에 배가 흔들렸다.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한 육 하사가 팔을 뻗어 안경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가 너무 흔들려서 집을 수가 없었다.


선실은 암흑으로 변했지만 늘 다니던 익숙한 구조여서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벽을 더듬어 (갑판 쪽으로) 올라갔다. 선임 부사관들이 “저체온증으로 죽으니 절대 바다로 뛰어들지 말라”고 소리쳤다.


갑판 위에서 육 하사와 동료 부사관, 다른 사병들은 서로 몸을 손으로 비비며 마사지를 했다. 체온유지를 위해서다.


한참 후 구조돼 보트에 탔는데 보트 안으로 차가운 바닷물이 들어 왔다. 저체온증으로 죽는다는 선배의 말을 육 하사는 실감할 수 있었다.


타박상을 입은 육 하사는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