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실험은 요원한 꿈인가

(조선일보 2005-11-16)
아프리카의 민주화 행로(行路)는 여전히 어두운 것일까. 최근 전국적인 선거를 치렀거나 곧 치를 예정인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의 ‘민주주의 실험’이 유혈 충돌과 정적(政敵) 체포, 선거 불복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 민주주의 실험실에서 유혈 현장으로 = 에티오피아는 지난 5월 총선 이후 전국이 유혈 충돌에 휩싸였다. 총선 전만 해도 서방 국가들은 에티오피아의 멜레스 제나위(Zenawi) 총리를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 여겼다. 멜레스는 올해 총선에선 야당의 선거 참여를 허용했다. 하지만 멜레스 정부는 ‘야당 압승’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전체 547개 의석 중 여당 296석, 주요 야당 176석이라는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여당은 51% 이상 의석을 점유한 정당만이 의회에서 안건(案件)을 제출할 수 있게 의회법을 개정했다.

국민들은 지난 6월 선거 조작과 국회법 개정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고, 보안군의 발사로 40여명이 숨졌다. 야당 지지자들 수천명이 감금됐으나 저항은 이어졌다. 지난 1일에도 멜레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경찰 발포로 최소 23명이 사망했다.

◆ 선거 전에 야당 정적 미리 체포 =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Museveni) 대통령은 내년 3월 대선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민주적 변화를 위한 포럼(FDC)’의 키자 베시계(Besigye) 당수를 정부 전복 음모 혐의로 14일 체포했다. 1986년 처음 집권한 무세베니는 또 최근 헌법에서 대통령의 ‘연임(連任) 제한’ 조항을 뺐다.

베시계가 체포되자 수천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수도 캄팔라에서 시위 진압 경찰과 보안군에 돌을 던지고, 진압군도 곤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하고 발포해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5일 보도했다.

◆ 라이베리아의 대선 불복 = 라이베리아는 14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여성 지도자 엘렌 존슨-설리프(Johnson-Sirleaf)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그에게 진 축구 선수 출신 조지 웨아(Weah)는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한다. 그가 속한 ‘민주적 변화를 위한 의회(CDC)’ 의원 18명은 의회 참여 거부를 선언했고 웨아의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몬로비아의 미국대사관에 선거 부정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접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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