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승인과 공화당 패인

민주당 승리, 공화당 패배로 끝난 올해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무엇보다도 이라크 전쟁 비판여론, 공화당의 잇단 부패.비리사건 및 추문과 같은 도덕성 문제 등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공화당이 12년동안 장악해온 의회에 대한 불신과 국민들의 ‘바꿔 열풍’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이라크전 비판 여론, 부시 지지도 부진이 민주당에 반사이익 = 이번 중간선거에선 초반부터 이라크 전쟁이 최대쟁점이었다. 부시 행정부 이라크 정책 중간평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라크에서 종파간 폭력사태가 격화돼 내전상태로 치닫고 10월 한 달간 미군 사망자수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였던 것이 공화당 후보들에겐 만회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AP출구조사 결과, 투표자 가운데 3분의 2가 이라크 전쟁이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

ABC 방송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이, CBS방송 조사에서도 답변자 가운데 57%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혀 이라크 전쟁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 비판여론이 고조되면서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군을 주장하며 구체적인 철군 일정 제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당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사망자가 2천800명을 넘어섰고, 이라크가 내전으로 치닫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기존 노선을 고수해온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선거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테러전쟁의 핵심이 이라크 전쟁임을 강조하며 “민주당은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끌 전략조차 없다”고 반격하며 사력을 다했지만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후 이라크 안정화 및 복구사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오판,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 오류, 이라크사태 축소.은폐 의혹 등이 공화당 불신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40%를 훨씬 밑돈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도 공화당 후보들에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유추된다.

공화당 후보들조차 인기없는 대통령의 지원유세를 부담스러워 했을 정도다.

심지어 부시 대통령은 투표일 전날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지원에 나섰다가 공화당 후보가 갑자기 일정을 바꿔 부시 대통령을 고의로 회피하는 ‘수모’까지 당해야 했다.

반면에 이번 중간선거를 ‘부시 대통령 신임투표’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공세를 펴온 민주당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부패.비리사건과 각종 추문 공화당 후보에 결정타 = AP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들의 4분의 3이 부패와 스캔들이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 12년동안 공화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면서 곪아온 도덕성 문제가 공화당에 결정타가 됐음을 보여줬다.

CNN 출구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2%가 부패 문제가 그들의 후보선택에서 중요한 변수였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은 ‘미 로비계의 황제’ 잭 아브라모프 로비스캔들,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 비리 의혹 등 공화당 지도급 인사들의 잇단 부패.비리문제를 접해왔으며, 급기야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의 성(性) 스캔들까지 터져 나왔던 것.

◇유권자들의 ‘바꿔 열풍’도 작용 = 지난 12년간 의회를 지배해온 공화당에 대한 불신과 유권자들의 ‘바꿔 열풍’도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들의 의회 지지도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를 계속 밑돌았다.

그 결과 현역의원을 겨냥한 유권자들의 물갈이 열망이 투표로 표출됐고,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최고 권위지를 자부하는 뉴욕타임스(NYT)가 단 한 명의 공화당 하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 발표한 게 단적인 예다.

NYT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이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주도 의회는 이를 포기하고 ‘고무도장 의회(행정부의 요구를 이의없이 승인하는 의회)’, ‘거수기’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6자회담 재개, 사담 사형선고 바람 결국 미풍에 그쳐 = 선거운동 막판에 전격 이뤄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합의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사형선고는 미풍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외교문제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 문제를 놓고 궁지에 몰렸던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선거 막판 두 가지 희소식에 한층 고무됐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후세인 전 대통령 사형선고는 이미 충분히 예견돼 온 데다가 ‘북한카드’도 완전한 핵폐기 보장없이 6자회담 재개에만 원칙합의했기 때문이라는 것.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또 사상 최저 실업률, 재정적자 대폭 감소, 뉴욕 주가 신기록 행진 등 경제치적을 전면에 내세우고 감세정책 지속적 추진 등 ‘당근’을 제시하며 표심을 얻기위해 부심했지만 이라크전쟁 등 핵심이슈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