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북한인권개선 플랜’ 위장용 정책인가?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때면 항상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위장전입’ 문제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라 할지라도 이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해 낙마하곤 한다.


민주당은 7일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포함시킨 통일·외교·안보 분야 뉴민주당플랜을 발표했다. 특히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은 것은 7대 정책 구상 맨 마지막에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과제를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게 국민여론을 의식한 ‘위장정책’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당의 정책노선에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언급조차 꺼려왔던 점을 상기해 보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한술 더떠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탄스러운 것이 사실이며, 조속한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까지 지적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대북정책 노선을 상기해볼 때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로까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좀 이상하다. “북한인권 상황이 개탄스럽다”면서도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고립, 압박, 단절 등의 방법이 아니라 접촉, 교류 등의 강화를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 뿐이다. 그동안 ‘햇볕정책 민주당’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민주당은 “굶주림과 탄압에 익숙한 북한주민에 대한 지원은 적정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나, 엄격한 투명성을 전제조건화한다면 그 피해는 인권탄압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인 북한주민들에게 전가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결국, ‘대북지원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묻지 마 대북지원’으로 일관했던 민주당식 해법을 고스란히 옮겨 적은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제시한 정책과제들을 살펴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한인권’이라는 어젠다에도 불구하고 제시하고 있는 것은 ‘식량이나 비료, 의약품 지원’ ‘농기계, 의료기기 지원’ ‘남북교류협력 확대’ 등이다. 여기에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이 하나 더해진 정도다.


물론 식량지원이나 의료지원도 분명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인권 문제가 식량문제나 의료문제가 개선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게 전부인양 호도해서도 안 된다. 북한인민들에게 식량권, 의료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치·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 너무나 많다.


일각에선 먹는 것조차 해결되지 않았는데 무슨 정치적 자유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 군사독재 정권을 경험했던 우리로선 먹는 것 못지않게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민주당플랜’에는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그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북한인권 한줄 집어 넣은 위장정책으로 민주당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효석 뉴민주당 비전위원장은 북한 인권 개선이 정책 과제에 포함된 것과 관련, “민주당이 북한인권에 관심 없는 정당은 아니다”고 애써 항변한 것도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겉으로나마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들의 시선이다.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같이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지도 않고, 북한인권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여론도 의식했을 터이다.


2008년 18대 총선의 결과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18대 총선 결과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인권에 적극적인 것으로 분류했던 후보 15명 중 12명이 당선된 반면, 북한인권에 적대적이었던 후보로 지목됐던 후보 20명 중 당선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이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에 변화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당으로선 적절한 이미지 메이킹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보지 못한 ‘삐딱한 시선’에 불과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혹의 눈초리와는 달리 민주당이 북한 인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혹의 눈초리는 금세 사라질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위장정책이 아닌 진정성을 가진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바로 국회 외통위에 계류중인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면서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상호 모순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인권의 가해자인 김정일의 눈치만 보면서 그 피해자인 북한 인민들의 고통과 절규에는 눈을 감는다면 어느 누가 민주당이 북한인권 개선에 진정성을 가진 정당으로 보겠는가.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변화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민주당의 북한인권 개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북한인권법안을 처리하는 자세를 보면 된다. 국민들은 북한인권법안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보고 위장정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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