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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18대 국회 첫 통일부 국정감사 현장.
“햇볕정책의 전도사였고 실패한 정책수행자가 통일부 장관으로 올 수 있느냐. 영혼을 판 것 아니냐”는 한 여성의원의 외마디 호통이 국감장을 갈랐다.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김하중 장관이 “의원님도 반성하시라”고 맞서며, 국감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다음날 언론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김하중 장관과 설전을 벌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게 ‘호통선영’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국감스타’로 떠오른 박 의원은 외교통상부 국감과 대정부질문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 국무위원들의 진땀을 뺐다.
박 의원은 18대 첫 정기국회에서 교수 출신의 초선 의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배짱과 집요함을 보여줬다.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 식량난, 금강산 피격사건,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 각종 현안들에 관한 정부의 대응을 추궁하는 모습은 여타 다(多)선, 남성 의원들을 압도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으로써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선영 의원을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방에 들어서는 박 의원에게서 국무위원들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기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가장 예의를 잘 지키는 대변인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예의 그 단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북정책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철학과 원칙 기조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지난 햇볕정책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하려는 북한의 의도된 접근”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단호한 태도로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분명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과거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10년 동안 지원을 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가 준 돈은 지구상 단 하나밖에 없는 인권유린 국가를 연명하게 하는 종자돈으로 쓰였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상호주의밖에 밖에 없다”며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현 정부가) 그것을 안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을 위한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한 박 의원은 그 과정에서 실망감을 맛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결의안에 서명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는 것.
박 의원은 “결의안 제안 이유에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부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문구가 있다는 것 때문에 서명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대체 무엇이 인간의 존엄이냐. 자기 국민이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한 “미국이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우리가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라며 “이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될 때 민주당과 공화당 전원이 찬성했다. 인권 앞에서 어떤 이념이 있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다음은 박선영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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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 출신으로 정치권에 막 입문했다. 첫 정기국회를 보내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다가 국회에 왔다. 교수로 있을 때는 국정감사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였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까 여대 야소의 정국에서 국감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정부 기관이 자료 제출을 안 하거나 중요하지 않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이른바 꼼수를 부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국민을 의식하고 긴장하는 것 자체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 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떤 면에 중점을 뒀나?
“인권과 인간존엄의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의 핵심가치다. 인권이 존중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어떤 문제에 있어서든, 그것이 대북문제이건, 외교이건, 안보이건 이러한 가치들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국감 때에도 근본적으로 이런 점에 중점을 둬서 문제를 제기했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공세가 강화되며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북한은 굉장히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정권이 바뀌고 나니까 앞으로 이렇게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것을 일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그리움을 갖도록 하고, 햇볕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럼으로써 현 정부의 설 자리를 좁히고 위치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 정부는 단호한 태도로 현재의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에 가시밭길도 있고, 오솔길도 있지만 곧 탄탄대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대북정책을 질책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10년간 정상회담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개성이나 백두산, 금강산에 다녀왔기 때문에 평화공존상태로 가고 있다는 환상이 심어졌다. 그 환상이 무참하게 깨진 것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다. 이번 피격사건을 작은 우발적 사고라고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지만 이번 사건은 남북간 그동안 평화가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착시현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긴장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일부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가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남북관계가 경색이 돼서 피해를 보는 쪽이 누구냐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가 북한에 공식적으로 준 돈만 3조 5천억에 달한다. 민간단체들이 준 돈까지 하면 그 액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그러나 그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동안 김정일 정권은 핵개발에만 열중했다.
우리가 준 돈은 지구상 단 하나밖에 없는 인권유린 국가를 연명하게 하는 종자돈으로 쓰였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경색 돼서 가장 타격을 보는 것이 누가인가는 (답이) 나오는 것 아니가.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상호주의밖에 밖에 없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도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를 공식적으로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 한국 내 ‘남남(南南)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해방 이후에 있었던 이데올로기 갈등이 지금 이 순간에 재현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깊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을 볼 떄 아쉬운 점은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1인 전제주의 국가다. 한국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을 하시는 분 중에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부자승계나 북한의 비사회주의적인 면을 얘기하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오히려 사회당에서 인권을 중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에) 찬성하느냐고 물으면 답변하기 힘들어한다. 이렇듯 남남갈등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친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북한의 실정을 제대로 인식하게 있다면 남남갈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상생과 공영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상생과 공영을 안 했나.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 때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도 상생과 공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북정책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철학과 원칙, 기조가 없는 한마디로 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원칙과 철학이 없는 실용외교는 그때그때 손익 계산을 따지는 임기응변식 대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북한이 이 정권을 만만하게 보고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북한인권법’ 통과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한 자유선진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자유선진당은 자유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북한인권법’ 통과가 추진되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우리가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될 때 민주당과 공화당 전원이 찬성했다고 한다. 인권 앞에서 어떤 이념이 있을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번 국회에서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결의안에 서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결의안 발의 제안 이유서에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부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문구가 있어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의원들이 서명을 안 해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대체 무엇이 인간의 존엄이냐. 자기 국민이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는데…국가의 존재 이유는 자국민 보호에 있다. 왜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조국이 구해주리라는 확신이 없다면 누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겠는가. 정전 후 60년이 지나도록 국군포로가 못 돌아오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됐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 및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이 미국 새 행정부를 상대로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까요?
“북한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외교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오바마 당선이 지향하는 것이 인권과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민주당 내에 인맥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치는 사람간의 관계이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고, 북한도 통미봉남 정책을 구사할 때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어려움이 점점 더 증대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오매불망 미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외교를 다극화해야 한다. 안전띠를 하나만 매고 있는 것보다 다양하게 매고 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
–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경우 굵직한 현안들이 많다. 이번 18대 국회에서 중점으로 논의하고 싶은 대북정책 과제나 법안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먼저 최근에 제출했던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촉구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면 좋겠다. 북한인권법도 채택되기를 바란다. 또한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인 보호 장치가 미숙하고 허술한 면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